값싼 음식 사라진다…휘청이는 서민 식탁
라면·빵·햄버거 등 '서민 음식' 가격 고공행진
탄핵 정국 틈타 동시다발적 가격 인상 행렬
먹거리 물가 상방 압력 및 가계 부담 증가 '악순환'
2025-04-14 15:22:08 2025-04-14 17:15:5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라면, 빵, 햄버거 등 먹거리 가격이 전방위로 고공행진을 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간 이들 가공식품 및 외식 품목은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끼니를 대신할 수 있는 '서민 음식'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요. 연초부터 업체들의 제품 가격 릴레이 인상이 먹거리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는 곧 가계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업계는 고환율 문제, 글로벌 원자재 가격 및 제반 비용 상승에 따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지속된 탄핵 정국으로 정부의 대응 역량이 떨어진 상황 하에 동시다발적인 인상이 이뤄지고, 인상의 횟수 및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평균 훨씬 웃돌아
 
14일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29(2020년=100)로 1년 전 대비 2.1% 올랐습니다. 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만 해도 1%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1월부터 매월 2%대에서 움직이는 실정입니다.
 
특히 가공식품과 외식이 전반적으로 물가 오름세를 견인했습니다. 1년 새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3.6%로 지난 2023년 12월(4.2%)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세부적으로 기업들이 가격을 대폭 올린 △김치 15.3% △커피 8.3% △탄산음료 7.3% △빵 6.3% △햄 및 베이컨 6% △케이크 5% 등의 상승률이 높았습니다.
 
아울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로 2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요. 가공식품과 외식은 전체 물가를 각각 0.3%포인트, 0.42%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상승세는 연초부터 지속된 식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 17일부터 총 56개 라면과 스낵 17개 브랜드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습니다. 또 팔도는 14일부로 라면 및 음료 브랜드 가격을 최대 8.3% 인상했습니다. 2022년 10월 이후 2년 6개월 만의 인상입니다.
 
빵도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지난달 빵과 케이크 110여종의 가격을 약 5% 인상했습니다. 또 앞선 지난 2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던킨은 제품 가격을 약 6%씩 높였습니다.
 
대표 서민 음식으로 불리는 햄버거도 이달 들어 가격이 크게 오르는 추세입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는 이달 3일부터 총 65개 메뉴의 판매 가격을 평균 3.3% 올렸습니다. 또 한국맥도날드는 지난달 20일부터 20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3% 올렸고, KFC는 이달 8일부터 '오리지널 치킨', '핫크리스피 치킨' 등 인기 메뉴 가격을 100~300원 인상했습니다.
 
업계 불가피한 결정이라지만…"서민 고통 가중"
 
업체들은 최근 제품 가격 릴레이 인상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해 제품을 만들다 보니, 글로벌 식재료 가격 진폭이 커지면 부득이하게 제품 가격의 인상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올 들어 유독 인상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많은데, 환율 상태가 올해만큼 나빴던 경우가 없다. (인상이) 수익성 확보를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4일 원·달러 환율은 개장 이후 1420원대 초반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환율은 1480원 선을 오르내리며 1500원 선을 목전에 둘 만큼 요동치는 상황인데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식품산업은 생산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로 매우 높습니다.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재료 수입 단가가 오르고, 이는 곧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됩니다.
 
여기에 미국이 우리나라에 동등한 대응을 골자로 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함에 따라 시간적 여유는 생겼지만,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두지 못한 중소 업체들 입장에서는 가격을 추가적으로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그렇다 해도 인플레이션 압박이 전방위로 심화하는 분위기 속에 식품기업들이 탄핵 정국 장기화라는 빈틈을 틈타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직장인 박모씨(39·여)는 "식품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단가를 올린다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횟수와 빈도가 너무 잦은 것 같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보니 이에 편승해 가격을 올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며 "신선식품의 가격이 오르면 어쩔 수 없지만, 가공식품이나 외식은 꼭 필요한 품목은 아니기에 최대한 소비를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너무 오르면서 1만원 이하로 먹을 수 있는 외식 메뉴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업계가 이야기하는 대로 원재료, 인건비, 임대료 등 제반 비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에 대해서는 이해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식품기업은 일반 기업과 다르게 국민 식생활에 깊숙이 관여하는 만큼 이에 따른 책무도 만만치 않다"며 "먹거리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분명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소재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라면 매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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