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내 주요 유업체들이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해외 판로 확대에 나섰습니다. 고물가 기조 지속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과 저출산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진단에 따른 조치인데요.
중국 및 동남아시아 등에서 우리 업체들의 제품들이 프리미엄 라인으로 분류되고 아직 이들 국가의 출산율이 우리나라 대비 높은 만큼, 이 같은 판로 확대 움직임은 고무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사실 국내 우유 산업은 매년 위축되는 추세입니다. 11일 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조4651억원에 달했던 국내 우유 시장 규모는 2023년 2조1531억원으로 12.6% 줄었습니다.
우유 소비량 감소 추세도 뚜렷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원유 소비량은 415만3000톤(t)으로 1년 새 3.6% 감소했습니다. 아울러 1인당 원유 소비 가능량도 전년 대비 3.7% 감소한 80.8㎏ 정도로 추산됐는데요.
이는 오랜 세월 유업계의 주력 계층이던 영유아층의 감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4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0.72명)보다 0.03명 늘었습니다만, 이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들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국가는 우리가 유일합니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에 소비 심리 위축 현상이 뚜렷해진 점도 유업계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식습관 문화에 있어 우유의 경우 서구권과 달리 주식 개념이 아니기에, 불경기 시에는 우유 소비를 줄이는 가정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상황 속에 주요 유업체들이 아시아 주요 지역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입을 모읍니다.
서울우유는 전체 수출 중 약 5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추세인데요. 중국 현지에 자체적인 콜드 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멸균유, 살균유 제품 중심의 수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매일유업도 역시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7월 기존 평택공장 외에 아산공장에 대해 중국 조제분유 수출이 가능한 제2공장 허가를 취득했는데요. 이는 업계 최초의 일입니다.
남양유업은 동남아시아로의 분유 수출 확대에 나섰습니다. 남양유업은 최대 캄보디아를 주력 국가로 삼고 캄보디아 전용 제품인 '임페리얼XO 스타그로우'를 출시해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분유 수출액은 3070만 달러(약 442억원)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사상 최대 기록입니다.
한 유업계 관계자는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우리 제품들이 프리미엄화돼 있어 현지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며 "게다가 동남아의 경우 아직 출산율이 높다. 기업들 입장에서 충분히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 주력 수요층이 감소하고 있는 만큼 유업계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유업계 입장에서 출산율이 높은 해외 시장으로의 판로 개척, 시니어 계층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 라인업 확대 등은 기존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우유 상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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