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롯데그룹 사장들이 신동빈 회장과 함께 1박 2일의 일정으로 올해 하반기 생존 전략을 모색합니다. 밖으로는 그룹이 전개하는 사업들의 업황이 악화하고, 그룹 내부에서는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는 등 롯데는 녹록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올 하반기에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 변수가 존재하는 데다 국내 경기 침체 역시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도 확대됨에 따라, 롯데 수장들이 모이는 이번 자리에서는 다양한 대응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그간 통상적으로 진행됐던 형식에서 벗어나 사상 최초로 1박 2일로 회의가 진행되는 만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신동빈 회장의 고강도 쇄신 메시지 역시 전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사상 최초 1박 2일 사장단 회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계열사 사장단이 16일 경기도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 모여 '2025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시작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롯데 VCM은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 열렸습니다. 롯데는 상반기 VCM을 통해 전년 경영 성과를 평가하며 해당 연도 그룹 차원의 경영 전략을 수립했고, 하반기의 경우 상반기 경영 실적을 되돌아보고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세부 방침을 공유해왔는데요.
그동안 VCM은 잠실 롯데호텔월드 등에서 당일 일정으로 소화됐지만, 이번에는 사상 최초로 1박 2일로 열리게 됐습니다. 이는 그룹 전반에 대한 신 회장의 위기 의식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통 하반기 VCM은 유통군·식품군·화학군 헤드쿼터(HQ)를 중심으로 각 총괄대표가 나서 부문별 사업 전략에 대해 발표하는데요. 앞서 올해 1월 VCM에서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본질적인 쇄신을 위해 대표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올해의 경영 방침으로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특히 신 회장은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 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 사업의 경쟁력 저하"라고 지적했는데요. 이번 하반기 VCM에서 신 회장은 외부 환경 분석보다는 상반기 간 사업군별 경쟁력에 대해 재점검하고, 하반기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세부적 시행 전략 요구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구조 개편, 재무구조 개선 등 다뤄질 듯
이틀간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사업구조 개편, 재무구조 개선 및 수익구조 다각화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먼저 유통 및 식품군의 경우 최근 내수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해외 시장 공략 가속화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최근 수년간 국내 유통 업황은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급격히 전환되면서, 오프라인을 주축으로 하는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추세입니다.
롯데의 경우 백화점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명품 소비 증가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형마트 및 슈퍼마켓 등은 업황 침체와 맞물리며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이번 VCM에서는 체험형 콘텐츠, 신선식품 강화, 인공지능(AI) 요소 접목, 영국 리테일 기업 '오카도(Ocado)'와의 시너지 효과 발휘 등 이들 점포의 본질적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세부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식품군의 경우 최근 'K-푸드'를 주축으로 국내 식품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만큼, 이와 같은 해외 시장 확장성에 주목한 사업구조 재편 방안이 다뤄질 전망입니다.
한편 화학군의 경우 강도 높은 쇄신 방안에 대한 토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 장기화로 롯데케미칼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는데요. 이에 지난달 말 3개 신용평가사는 롯데케미칼의 신용 등급을 낮췄고, 이로 인해 롯데지주의 등급도 하향 조정됐습니다.
이에 이번 VCM에서 롯데 대표들은 롯데케미칼의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하루 안에 진행했던 회의를 사상 처음으로 1박 2일에 걸쳐 한다는 것은 롯데가 단순히 위기의식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명확한 개선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토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실제로 롯데가 영위하는 사업들이 대내외적 변수로 큰 어려움을 겪다 보니, 그만큼 신동빈 회장도 최근 그룹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번 VCM이 그렇듯 대표들 간 신중하고도 엄중한 분위기 속에 회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비공개 일정으로 회의가 진행 중이며, 구체적 메시지는 회의가 모두 마무리된 후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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