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선 지주계열 카드사
"흡수합병 사례 있는 만큼 상황 예의주시"
2025-06-20 14:56:12 2025-06-20 15:38:31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4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존폐 기로에 섰습니다.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지급결제 기능을 하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까지 활발해지면서 사업이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올 초 하나카드, 우리카드도 가세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카드에 왕좌를 내준 신한카드까지 몸집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전날 1968~1979년생인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습니다. 지난해 말 62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지 반년 만에 또 다시 희망퇴직에 나선 것입니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721억원으로, 삼성카드(6656억원)에 업계 1위를 빼앗기자 조직 슬림화를 통해 비용 절감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감행해 두 자릿수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KB국민카드의 희망퇴직은 2021년 11월 이후 3년 만입니다. 올초에는 하나카드가 희망퇴직을 통해 20명 안팎의 인원을 내보냈고, 우리카드도 비슷한 시기에 최대 31개월치 퇴직금을 약속하며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했습니다. 
 
지주계 카드사의 구조조정 배경은 수년간 누적된 실적 악화로 꼽힙니다. 올 1분기 전업 카드사 8곳의 순익은 전년 동기(7244억원) 대비 16.5% 감소한 604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지주계 카드사의 순익은 전년보다 24.4% 줄어든 3076억원에 그쳤습니다. 1위에서 밀려난 신한카드의 1분기 순익은 1357억원으로, 전년보다 26.7% 감소했습니다.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율은 상생금융 압박으로 매년 인하 추세인데다 또 다른 수익원인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은 오는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돼 취급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트레스 DSR은 지난해 2월 도입된 단계적 가계부채 규제 방안으로, 3단계부터 2금융권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됐습니다. 
 
나아가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카드사의 존폐 위기 기시감이 번지고 있습니다. 여신금융업권에선 카드사의 카드 업무와 대출 업무가 흩어지는 구조로 조직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는 다시 은행 창구로, 대출은 캐피탈로 사업 영역을 각 지주 계열사에 다시 흡수시켜 카드사를 없앨 수도 있다”면서 “과거 카드 사태 당시에도 지주 카드사들의 흡수합병 사례가 있는 만큼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계나 오너 소유 카드사보다 지주계 카드사가 생존에 불리한 입장”이라며 “분사 구조로 오랫동안 유지돼왔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카드업권은 과거 2003년 ‘카드 대란’ 당시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계열사 간 합병으로 조직 안정화를 꾀한 바 있습니다. 당해 9월 KB국민카드는 16년 만에 KB국민은행에 합병됐고, 이듬해 우리카드도 우리은행에 흡수됐습니다. 
 
(왼쪽부터)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사옥. (사진=각 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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