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칼바람 부는 유통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심 희망퇴직 증가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 냉각 뚜렷…경쟁력 잃고 있는 업계
추후 릴레이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
2025-04-09 15:25:18 2025-04-09 17:24:46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길어지는 경기 둔화에 소비심리 냉각 현상이 뚜렷해지고 유통 시장의 주도권 전반이 이커머스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채널이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는 까닭인데요.
 
현재로서는 오프라인 업체들이 이 같은 조직 슬림화를 통해 난관을 타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저하한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도미노 희망퇴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롯데웰푸드·현대면세점 등 희망퇴직 행렬
 
롯데웰푸드는 45세 이상(1980년 이전 출생자),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9일 밝혔습니다. 근속 10년 이상 15년 미만 대상자는 기준급여 18개월, 15년 이상은 기준급여 24개월분을 지급합니다. 아울러 재취업 지원금 1000만원과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1명당 최대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는 방침인데요.
 
이에 대해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사업의 효율화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말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뒀습니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4조443억원의 매출과 15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0.5%, 11.3% 감소한 수치입니다. 카카오 등 주요 원재료 부담액 증가와 시장 불확실성 장기화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대면세점도 면세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로 매장을 축소하고 희망 퇴직을 실시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현대면세점은 오는 7월 말 동대문점의 영업을 중단하고, 무역센터점 규모는 기존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 운영합니다.
 
아울러 현대면세점은 조직 및 인력 구조 변화 차원에서 고객 접점 직무로 직원들을 전환 배치하고, 뒤이어 희망퇴직 제도를 운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밖에 이커머스 시장 성장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도 조직 슬림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마트는 지난해 3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같은 해 연말 퇴직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소매업 지수 4분기 연속 하락…이커머스 강세도 한몫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가가 희망퇴직 행렬에 나선 것은 유통 업황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탓입니다. 특히 소매시장의 체감 경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75로 지난 1분기(77)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는 4분기 연속 하락세이기도 한데요. 지수가 100 미만이면 다음 분기의 경기를 전 분기 대비 부정적으로 보는 유통 기업들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고물가, 경기 하방 우려, 정치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유통 기업들도 올해 경영 실적에 영향을 미칠 주요인으로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4%) △국내 정치 불확실성(39.2%) △운영비용 부담 증가(36.8%) 등을 꼽았습니다.
 
근래 수년 새 유통 산업의 축이 급격히 이커머스로 이동한 점도 유통가의 조직 축소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50.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전체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49.4%로 온라인 대비 낮았습니다. 세부적으로 △백화점 18.5% △편의점 17.8% △대형마트 13.5% △준대규모점포 2.9% 순이었습니다.
 
한 오프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면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익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최근 탄핵 인용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소비심리가 반전되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업계의 릴레이 구조조정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유통업계, 특히 대형마트나 면세점의 경우 구조적으로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영 전략을 전개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조조정도 이 같은 측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오프라인 채널에 있어 과거의 성공 경험은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 업태 혁신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롯데웰푸드의 '크런키' 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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