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R&D 투자액 6년째 늘려도 매출 1% 밑돌아
2018년 저점 이후 꾸준히 증가
R&D 인력은 중국과 14배 차이
중국 추격에 선제 투자 나서야
2025-04-06 18:50:20 2025-04-06 18:50:20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국내 조선업 연구개발(R&D) 투자가 6년 연속 확대됐지만, R&D 투자액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가까이 1%를 밑돌았습니다. 중국 조선업은 R&D 인력을 늘리는 등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습니다. 중국 조선업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이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사진=HD한국조선해양)
 
 
6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연구개발비는 2018년 2005억원을 저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2019년 2656억원, 2020년 3062억원, 2021년 3163억원, 2022년 4331억원, 2023년 507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직 작년 규모가 공식 집계되진 않았지만, 국내 '빅3'(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투자액(5479억원)만으로도 전년 총액을 뛰어넘었습니다.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는 지난해 연구개발에 전년보다 13.0% 증가한 3981억원을 썼습니다. 삼성중공업은 22.3% 증가한 832억원을 투자했고 한화오션은 12.6% 감소한 666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 연구개발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가까이 1%를 밑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 상위 1천개사 평균은 3∼4%대입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 R&D 투자액 비율은 2014년(1.69%) 고점을 찍고 2015년(1.06%) 하락세로 전환한 이래 매년 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2016년 0.5%, 2017∼2019년 0.6%, 2020년 0.7%, 2021년 0.8%, 2022년 0.9%, 2023년 0.8%였습니다.
 
작년에도 빅3 업체 모두 1%를 넘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0%대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0.8%, 한화오션이 0.6%로 추정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다른 산업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아 R&D 비율도 낮은 편"이라면서 "수요자인 선주들이 기술 개발에 보수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인해전술’을 통해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의 R&D 인력은 약 1300명으로 전체 조선업 종사자의 1%에 불과합니다.
 
반면 중국조선협회 통계를 보면 2023년 말 기준 중국 조선 업계 R&D 인력은 약 1만8000명으로 한국의 약 14배입니다. 중국 전체 조선업 종사자 가운데 R&D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6%로 한국의 6배에 달합니다.
 
중국의 맹추격으로 양국의 친환경 선박 분야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2023년 친환경·고효율 선박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0.7년에 불과하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지금의 연구개발은 선주 요구에 대응하는 식의 현업 지원 성격이 크다"면서 "선제적인 연구를 통해 법·제도를 선도하고 선주 요구도 끌어갈 수 있어야 글로벌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환 서울대 교수도 "조선업은 전통적으로 기술 혁신이 느리고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기술 변화가 빨라졌다"면서 "친환경과 디지털이 큰 축으로, 글로벌 규제화에 따라 그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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