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피고인 신분' 당선인…파기환송심 어떻게
오는 16일 선거법 파기환송심 첫 재판 예정
대선 직후 이화영 대법 선고…정치공세 가열
법원 재판 강행 땐 민주당 입법 방어 나설 듯
2025-06-04 06:00:00 2025-06-04 06:00:0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사상 첫 '피고인 신분'의 대통령 당선인이 나왔습니다. 21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당선인 이야기입니다. 이 당선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등 5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이 당선인의 재판들이 정지될지 여부에 관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 당선인은 △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의혹 총 5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당선인의 재판들은 21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엔 모두 일시정지 됐습니다.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진 탓입니다. 앞서 대법원은 대선 후보였던 이 당선인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이례적인 속도로 심리를 진행하고, 지난달 1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파기환송심을 진행할 서울고법은 더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선고한 바로 다음날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지난달 15일로 지정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행보는 이내 비판 여론에 직면했습니다. 법원이 선거를 불과 보름 앞두고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재판을 진행을 하면, 선거 운동과 후보자 신변, 유권자의 표심 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겁니다. 결국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선거법 위반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연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후보에 관한 나머지 재판들 기일도 대선 이후로 변경된 겁니다. 
 
이 당선인은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사법리스크 공세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2주 뒤인 오는 18일엔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열립니다. 당장 대선 투표 이틀 뒤인 오는 5일엔 대북송금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7년8개월을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법원 선고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 사건의 하급심은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이 경기도지사였던 이 당선인의 방북비용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에서 이 부지사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이 당선인의 재판도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걸로 보입니다. 
 
쟁점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입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했습니다. 여기서 ‘형사상 소추’의 정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한쪽은 사전적 의미인 ‘검찰 기소’로 좁게 해석, 이 당선인에 대한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한쪽에선 대통령의 지위를 보장한다는 법 취지를 고려해 ‘재판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피고인 신분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건 이 당선이 처음인 만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이견이 분분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시기술교육원중부캠퍼스에 마련된 한남동 제3투표소에서 기표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공화국에선 삼권이 분립됐습니다. 이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법원은 그에 대한 재판 진행을 강행할 수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대법원이 이례적 속도로 이 당선인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을 진행한 전례를 고려하면,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물론 대법원이 선거법 재상고심에서 헌법 84조를 해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면 다른 하급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재판 중지 여부에 대해 담당 재판부의 재량이라는 원론적 입장입니다. 결국 공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손에 달렸습니다.
 
다만 민주당은 이 당선인에 대한 사법리스크 확대를 가만히 두고만 보진 않을 겁니다. 대법원 선고 직후 민주당은 이 당선인 재판을 중지할 각종 법안을 쏟아냈던 게 그 방증입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의 경우 형사재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취지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같은당 박희승·신정훈 의원은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이 당선인의 공소사실 중 문제가 됐던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구성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취지입니다. 처벌 조항이 사라지면 법원은 소송 조건이 결여됐다고 판단해 소송을 종결하는 면소 판결을 합니다. 두 개정안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민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2일, 21대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5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자는 내용의 국회 집회 요구서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제출했습니다. 민주당은 임시회가 열리자마자 두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대법원이 이 당선인에 대한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유죄를 확정한다면 이 당선인은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법원이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두 국가기관의 권한 범위를 판단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이 경우 대토령과 헌재, 대법원이 정면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조희대 사법부의 대선 개입 시도를 생각하면 대선 불복 시도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주당이 입법 준비를 다 해놨기 때문에 조희대 사법부라도 재판 강행은 어려울 것”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차기 정부의 모든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결국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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