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했습니다. 이는 캐나다산 원유가 국내에 주로 수입되는 원유보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정제 과정을 거쳐 제품을 검증한 뒤 캐나다산 원유 수입량을 늘릴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텍사스주 원유시추기 펌프잭들 뒤 미들랜드와 오데사 사이로 뇌우가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4월 54만8000배럴(8230만달러)의 캐나다산 원유가 국내로 수입됐습니다. 캐나다산 원유의 도입 단가는 배럴당 69.77달러입니다. 같은 시점 미국산 원유(77.50달러), 사우디아라비아(75.96달러) 원유와 비교해 최대 10% 저렴합니다.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한 HD현대오일뱅크는 “경제성 확보를 위해 4월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습니다.
정유업계는 캐나다산 원유의 국내 수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습니다.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산 에너지에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새 수출 활로를 모색하는 캐나다와 원가 절감을 노리는 국내 정유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캐나다산 원유가 정제 과정을 거쳐 제품의 품질이 괜찮다면, 수입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중질유 처리에 특화돼 있는데, 캐나다산 원유도 중질유에 해당한다”며 “우선 수입한 원유를 정제한 뒤 제품을 보고 수익성을 판단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도 “새 원유를 수입하게 되면 정제 과정에서 트러블이 있는지 시험해야 하기 때문에 캐나다산 원유를 일단 소규모로 수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정유업계가 캐나다산 원유 수입에 나선 것은 원가 절감으로 조금이나마 수익성 개선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유 가격 하락, 석유제품 수요 감소, 기후변화 대응 등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부진한 업황 탓에 1분기 저조한 실적을 거둔 국내 정유사들은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황입니다.
이에 정유업계는 원료용 중유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면제, 임시투자세액 공제 대기업 적용 등 업계의 오랜 애로 사항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되려 대선을 앞두고 횡재세 논의가 다시 나올지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횡재세는 이익이 많은 기업에 법인세 외에 추가로 징수하는 세금을 말합니다.
다만 업계는 횡재세 도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숙원 사업 해결에 목소리를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좋지 않아서 횡재세 논의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 완화로 업계가 원활한 투자 환경이 조성되도록 의견을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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