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오는 4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시작부터 미국과의 경제·안보 현안을 놓고 치열한 협상에 나설 전망입니다. 특히 새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태도는 물론, 한국이 '돈 기계'라는 인식과 싸워야 할 텐데요. 미국 워싱턴의 분석가들은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외교를 통해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부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대미 관세, 차기 대통령 직면한 가장 큰 과제"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관세는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오는 4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높이겠다고 예고하면서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긴장감을 다시 높이고 있습니다.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국가별 상호관세 등 각종 관세 부과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협상의 흐름을 보이는 듯했지만 또다시 강력한 관세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연방법원의 잇따른 무효 판결로 관세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율 인상에 대해 코넬대학교 에스와르 프라사드 무역정책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미국 제조업 보호와 부활을 위해 관세를 도구로 사용하기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해석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6·3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에 주력 수출 품목인 철강 관세 폭탄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한국 철강업계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 가운데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입니다. 미 상무부 통계를 보면 같은 기간 대미 철강 주요 수출국은 캐나다(71억4000만달러·23%), 멕시코(35억달러·11%), 브라질(29억9000만달러·9%), 한국(29억달러·9%), 독일(19억달러·6%), 일본(17억4000만달러·5%) 등의 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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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영향 본격화…5월 수출, 4개월 만에 '마이너스'
이미 한국 경제는 트럼프의 관세전쟁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체 수출액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겁니다. 특히 대미 수출은 8.1% 줄어 4월(-6.8%)보다 감소 폭이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25% 관세를 부과한 자동차 수출이 32%나 줄었습니다. 자동차처럼 트럼프가 25% 관세를 부과한 철강도 대미 수출이 20.6% 줄었고, 전체 철강 수출도 12.4%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철강 관세율이 50%까지 높아지면 더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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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8일까지 최대한 합의를 하기 위한 '줄라이 패키지'의 시한은 한 달 남짓에 불과합니다. 2차까지 열린 '한·미 기술협의'에서 미국 측은 한국의 민감한 통상 규제들을 다소 거론하며 비관세 장벽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규제 완화,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반출 등과 관련한 비관세 장벽 완화 등 하나같이 민감한 주제로 향후 큰 혼란을 야기할 공산이 큽니다.
이제 3차 협의는 차기 정부가 담당할 전망입니다. 앞서 1차 기술협의는 5월 1일, 2차 협의는 5월20~22일에 열렸습니다. 관례대로라면 3차 협의는 6월9일 전후가 유력합니다. 다만 정권 교체라는 국내 정치 변수로 인해 실질적인 협상은 차기 정부의 지침에 따라 재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책 성명에서 관세를 둘러싼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과 합의할 수 있는 잠재적 지점이 있는데 조선, 방위, 첨단 산업 등 미국과 협력해야 할 분야가 많다"며 "수출 통제, 특히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를 부과할 때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는 새로운 현직 대통령에게 또 다른 잠재적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외신들 또한 이재명 후보를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한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에 주둔하는 2만8500명의 병력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압박하며 중국과의 경쟁을 강화한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충돌할지 궁금해하고 있다"며 "그가 강경한 전 무역 협상가이자 국가 안보 책임자인 김현종을 주요 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은 트럼프와의 무역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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