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엘앤에프, 수익성 저하에 풋옵션까지…'무리한 투자' 논란
본업 부진 속 현금창출력 둔화…재무 리스크 확대
오는 7월 1천억원 규모 CB 풋옵션 자금 유출 악재
LFP 투자에 회사채 등 발행 예정…등급은 상환 '불확실'
2025-06-04 06:00:00 2025-06-0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9일 16: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엘앤에프(066970)가 본업 부진에 따른 수익성 저하와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인한 현금 유출 등으로 재무구조 악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재무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된 상태에서 대규모 설비투자까지 앞두고 있어 재무상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익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한다는 것은 ‘무리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엘앤에프 대구 구지 3공장. (사진=엘앤에프)
 
부채비율 367%까지 치솟아…풋옵션 대응 부담도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올해 1분기 매출 36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6357억원) 대비 외형이 크게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1403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다만 지난해 1분기 –2038억원에 비하면 손실 폭은 다소 줄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88억원 유출로 전환됐다. 지난해 1분기 2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2198억원의 플러스 현금흐름을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재고자산 축소 등 운전자본 조정 효과로 일시적으로 현금이 유입됐지만, 올해는 이러한 일회성 효과가 사라지며 현금 유출을 기록했다.
 
엘앤에프의 재무건전성 역시 악화일로다. 엘앤에프의 1분기 부채비율은 367%로 전년 말(287%) 대비 80%포인트나 급등했다. 단기유동성도 나빠졌다. 유동비율은 64%로, 단기부채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총부채에서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 규모는 1조5553억원에 달하는 상태다.
 
여기에 오는 7월 제6회차 전환사채(CB) 풋옵션 행사에 따른 1000억원 규모의 자금 유출이 예정돼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12월 사모 방식으로 해당 CB를 발행했지만, 최근 주가가 전환가(10만3974원)의 절반 수준인 4만8000원 선으로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 대신 조기상환을 선택했다. 풋옵션 발동은 시장에서 엘앤에프의 향후 주가 반등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꺾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LFP 양극재 투자 본격화…재무부담 가중 ‘우려’
 
이처럼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엘앤에프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회사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연산 5만톤 규모의 생산설비 구축에 나선다. 투자 규모는 총 3000억원으로, 고객사와 함께 합작사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향후 엘앤에프 지분율이 결정됨에 따라 실제 투자금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발행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자금 조달 수단으로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BW 등 메자닌 발행과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여러 가지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하면서 언급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회사채의 경우 수요예측 흥행 여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한국기업평가는 엘앤에프 회사채를 ‘BB/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해당 등급은 회사가 돈을 빌려갈 경우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적용되는 등급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엘앤에프의 LFP 양극재 생산설비 투자와 기존 설비 유지보수 비용, 높은 차입금으로 인한 금융비용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유의미한 재무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LFP는 에너지 밀도는 다소 낮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다. 이러한 점 때문에 글로벌 중저가형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최근 엘앤에프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 LFP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했으며, 다른 고객사들과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초로 LFP 양극재 양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목표다.
 
시장에서는 엘앤에프의 현금창출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동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메자닌이나 회사채 등 부채성 자금을 통해 투자를 지속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의 재무안정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엘앤에프는 수익성과 유동성 모두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금을 최대한 보유해도 부족한 시기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것은 자칫 무리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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