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저축은행 부동산PF 경공매 위기
조달 부담에 매수 심리 떨어져
입찰가 무작정 낮추는 것도 부담
2025-01-31 13:32:34 2025-01-31 13:32:34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저축은행업계가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공매도 차질이 우려됩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 부동산 거래를 위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고삐를 죄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PF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를 한 결과 저축은행이 보유한 '유의·부실 우려' 등급의 사업장 규모는 4조4000억원입니다.
 
해당 등급에 해당하는 전체 여신 규모가 22조9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비중은 크지 않지만, 저축은행은 중소 건설사 참여·소규모 사업장 비중이 높아 부실 위험이 높습니다. 실제로 유의·부실우려 등급의 사업장 규모는 10조원이 넘는 상호금융권을 제외하면, 전 금융권 중 저축은행이 가장 높습니다.
 
금융당국은 사업성이 부족한 곳에는 신디케이트론, 금융지주·은행·캠코 펀드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나 수년간 지속된 고금리로 인해 부실 사업장 정리·재구조화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런 와중에 작년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하됐지만, 부실 사업장 정리는 금융권 전반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리가 완료된 사업장은 지난해 9월 말에서 10월 말 사이에 두 배로 늘었지만, 11월 말과 12월 말에는 절반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한국은행이 작년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함과 동시에 부실 사업장 정리 속도도 뚝 떨어진 것입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 굳이 낮은 가격에 경공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탓입니다. 금리 인하로 대출 이자가 줄어들면 조달 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활황을 띱니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경공매에 참여하면서도 실질적인 거래는 진행하지 않는 '버티기'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당장 팔지 않아도 큰 손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저축은행들은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경공매 입찰가를 대출 원금 대비 30% 정도 낮춰도 건전성에 무리가 없습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경공매 속도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장 점검도 고려할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매수자가 나타날 수 있는 수준으로 입찰가를 낮추라고 압박했습니다. 부실 채권을 정리해야 새로운 대출을 취급할 수 있어 자금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저축은행업계가 건전성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NPL) 규모는 10조851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9%나 치솟았습니다. NPL비율이 10%를 넘긴 저축은행 또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주문대로 자금 선순환을 이루려면 부실 사업장 정리가 속도를 내야 하는데요. 다만 최근 기준금리 동결에 이어 국내외 정세 불안으로 지금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변수로 남습니다. 금리가 낮을 때보다 매수자가 나타나기 힘든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최근 정리·재구조화 사업장를 추진하는 사업장 정보를 매수자가 알 수 있도록 한 '정보공개 플랫폼'을 구축했는데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도 사업장 정리가 촉진되면 건전성 개선으로 신규 대출이 원활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정보 공개는 접근성을 낮출 수 있다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비교적 우량한 사업장과 그렇지 못한 사업장 양극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고금리 기조는 새로운 변수라기보다는 매수자를 찾으려면 결국에 입찰가를 얼마나 조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고금리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저축은행업계가 진행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공매도 차질이 우려된다. 사진은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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