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초·강남 주민들 “집값 상승, 더 살고 싶어도 강남 떠날 상황”
2020-08-06 16:07:11 2020-08-06 16:15:28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집주인이 전세를 3억5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해 막막합니다.” “반전세에서 월세로 갔다가 지금은 강서구에서 강남으로 출근합니다.” 부동산시장의 광풍이 계속되면서 그 한가운데 서초·강남에 사는 주민들이 주거안정이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돌아봄협동조합과 모두의 거실은 지난 5일 저녁 그레이프라운지 강남에서 서초·강남 주민 20여명과 박주민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사는 집이 아닌 사는 집 이야기’를 가졌다. 2시간 넘게 이뤄진 이날 행사는 최근 도입된 임대차3법을 비롯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함께 부동산시장의 과도한 상승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눴다.
 
이날 참석한 주민들은 자가·전세·월세 거주형태 가릴 것 없이 지나치게 많은 주거 관련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과 모임을 만들어도 하나 둘 집 문제로 쫓겨나 유지하기 힘들다”, “삶의 너무 많은 시간을 집을 사기 위한 돈을 모으는데 사용한다”, “소유가 아닌 주거안정에 맞춰 정책이 나와야 한다” 등의 얘기가 쏟아졌다.
 
강남구 압구정동 주민 A씨는 “결혼하고 남편따라 이사만 10번 넘게 해 지금 압구정동에 살고 있다. 아파트가 1987년 지어져 오래 됐어도 최근 지원받아 난방공사도 새로 하고 관리만 잘하면 될 수준이다. 재건축까지 필요없는데 시장 상황이 이러니 재건축 얘기가 많이 나와 동네만 시끄럽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B씨는 “이달 말 전세계약이 끝나는데 임대인이 3억5000만원을 올려달라며 내용증명을 보내고 있다. 대출도 알아보고는 있는데 서초구 다른 곳으로 가도 더 비싼 상황이다. 월세로 간다해도 너무 비싸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서초구에 사는 C씨는 “결혼하면서 2011년부터 서초에 사는데 처음엔 정을 못 붙이다가 아이에겐 고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을 샀다”며 “저희는 지금 집에 만족하는데 주위에서 아파트의 재산가치만 자꾸 얘기하니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서초구에 사는 D씨는 “집값이 너무 올라 처음 전세에 살다가 반전세, 그 다음 월세로 내려가 지금은 강서구까지 옮겼다”며 “여전히 직장은 서초에 있는데 출퇴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29세의 직장인은 “청년이나 직장인이 강남에 살기 너무 어렵다”며 “저희 같은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공간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박주민 국회의원이 5일 그레이프라운지 강남에서 서초·강남 주민 20여명과 부동산 정책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이날 행사 내내 주민들과 얘기를 주고받은 박 의원은 평균 임차유지기간이 3.4년인 상황에서 2+2로 전세제도가 바뀌더라도 우려하는 것과 같은 급격한 상승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의원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했을 때나 전세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도 난리난다고 우려했지만, 실제론 초기에만 일부 현상을 보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며 “소유·전세·월세가 계급과도 같은 계층적 사고가 팽배한 상황에서 살만한 괜찮은 월세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입자 교체 시점에 가격 상승 제한폭을 설정하거나 지속적인 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등 구멍이 없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은 수요와 공급 외에 ‘알파’가 추가로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해 시장을 망가뜨리는 것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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