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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엠에이치건설이
광명전기(017040)의 최대주주로 오른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 보유 지분을 모두 장내 매도했다. 일각에선 회계상 손금 처리를 염두에 뒀다고 하지만 손실 규모가 막대해 특수관계인 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엠에이치건설은 인수 한 달만인 지난 25일 보유 지분 전량(10.41%)을 장내 매도했다. 이에 따라 광명전기의 최대주주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나반홀딩스(7.84%)로 재변경됐다.
(사진=광명전기)
엠에이치건설, 약 60억 손실에도 장내 매도
이 과정에서 엠에이치건설은 약 6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광명전기는 지난달 25일 경영권을 포함한 451만 주(10.41%)를 엠에이치건설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금액은 약 139억원으로, 이를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3073원이다.
그러나 엠에이치건설이 장내 매도한 기간의 주가를 고려하면 매도 단가는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거래량이 무려 4281만1874주에 달했던 25일 광명전기의 주가는 전일 종가인 1508원에서 1113원으로 급락했다. 평균 1300원에 매도했다고 가정하면 약 60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이번 장내 매도는 무엇보다 최대주주가 변경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나 세무당국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의도적인 손실 성격이 짙은 만큼 이면의 내용이 수반되지 않고선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기간에 막대한 손실을 고의로 확정하는 이유 중 하나로는 법인세 절감을 위한 손실처리 목적이 거론된다. 광명전기 지분 처분손실을 세무상 손금으로 반영할 시 법인세 과세소득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엠에이치건설이 장내 매도를 택했고, 광명전기 기존 대주주와 특수관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세무상 손금은 인정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면 계약을 통해 특수관계자가 광명전기 지분을 늘렸다면 손금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세무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의도적으로 손실을 확정함으로써 세무상 절세 효과를 얻었을 수 있지만, 실제 투자 목적이 아닌 경우 세무조사 시 부인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1개원 이내에 대규모 손실 매도를 통해 특수관계자가 지분을 취득했다면 고의적 조세회피 목적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실 규모 고려하면 증여 위한 편법 일수도"
문제는 세무상 손금 처리를 위한 목적이라고 하기엔 손실 규모가 크다. 엠에이치건설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 규모는 2023년 4억원, 2024년 28억원이다. 60억원 이상의 손금 처리가 목적이라고 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엠에이치건설은 인수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 대가를 필요 이상으로 지출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광명전기의 주가가 2000원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3073원에 지분을 인수한 것은 무리였는 지적이다.
특히 자산 규모가 149억원에 불과한 엠에이치건설이 1427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광명전기를 인수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꼬리를 물기도 했다. 당시 엠에치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10억원에 불과했으며, 자본금도 12억원으로 인수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최대주주 재변경 과정을 두고 증여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오 회장은 최근 무궁화신탁의 지분 62.4%을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무궁화신탁은 건전성 문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부과받고 계열사인 현대자산운용과 케이리츠투자운용 등도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오 회장이 경영권을 포함한 무궁화신탁 지분을 모두 매각할 경우 남게 되는 건 엠에이치건설의 장내 매도로 재차 최대주주로 올라선 나반홀딩스다. 나반홀딩스는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 개인회사로, 현재는 상장폐지된 무궁화인포메이션테크놀러지(MIT)와 광명전기 지분을 보유 중이다. 덧붙여 천지인산업개발이라는 회사가 오 회장과 나반홀딩스, MIT에 자금을 대여하고 있는 구조다.
천지인산업개발은 오 회장 자녀인 오지윤·오정택 씨가 각각 50% 지분을 보유한 가족회사다. 천지인산업개발의 지난해 매출액은 2억원 가량에 불과하지만 대여금이 604억원에 달한다. 올해 4월 감사보고서 기준 오 회장에게 472억원, 나반홀딩스에 24억원을 빌려줬다. 총 대여금의 80%가 넘는다. 사실상 실탄 마련을 위한 회사인 셈이다.
무궁화신탁을 통한 계열사 지배구조가 정리된다면 남게 되는 것은 MIT와 광명전기다. 특히 광명전기는 코스피 상장기업으로 승계에 활용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앞서 오 회장이 인수했던
국보(001140)·
웰바이오텍(010600)·
한창(005110) 등은 이미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엠에이치건설이 장내 매도한 지분을 천지인산업개발이 매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광명전기 관계자는 이번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현재까지 아는 내용이 없다”라며 “엠에이치건설의 장내 매도에 대한 내용은 한 달 이내로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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