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정부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이른바 ‘에너지 믹스’ 전략에 힘을 실으면서, 에너지 업계가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동안 ‘원전 감축’ 기조를 내비쳤던 정부가 인공지능(AI) 확산과 반도체·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기저 전원 없이는 에너지 전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전향적인 판단이라는 평가입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 발전소.(사진=뉴시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함께 못 갈 에너지원이 아니다”며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합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원전을 줄이려는 기조를 보여왔던 정부 인사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존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에너지 믹스 기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AI시대로 접어들면서 전력 수요는 급증한 상황인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조달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5년 약 4.5GW에서 2028년 6.2GW로 연평균 11%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한 곳에서만 최대 16GW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국내 전체 전력 부하의 약 16%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은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이 크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습니다. 특히 AI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정처럼 24시간 꾸준히 전력을 투입해야 하는 산업에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조달에 한계가 뚜렷합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사진=두산에너빌리티)
반면 원전은 탄소 배출이 적은 동시에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저 전원으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힙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반도체 공정 등은 대표적인 다소비 전력 산업으로,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동시에 원전 등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을 수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김 장관도 “앞으로 지어질 원전은 상황에 맞게 출력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 기술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궁합을 맞추는 것이 발전·계통 운영의 숙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원전을 계통 안정성을 보완하는 역할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산업계 역시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이 친환경 전환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만, 주력 전원으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AI를 비롯한 첨단 산업 경쟁력은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달려있기 때문에, 원전과 재생 에너지를 아우르는 에너지 믹스를 통해 전력 인프라 확충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