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결론 난 KDDX…HD현대·한화 ‘희비’
기존 관례 깨고 ‘지명경쟁입찰’ 도입
HD현중 “원칙·규정 흔들려 아쉽다”
한화 “한국 해군력 증강 기여할 것”
업계 “보안 점수 적용 향방 가를 듯”
2025-12-23 11:51:42 2025-12-23 14:36:40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2년 넘게 이어졌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이 지명경쟁입찰로 결론 나면서 HD현대와 한화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관행대로라면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까지 맡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문제 삼으면서 사업 방식이 변경됐기 때문입니다. 양사는 KDDX 상세설계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들어간 가운데, 업계에서는 향후 평가 과정에서 보안 관련 감점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HD현대중공업)
 
방위사업청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대상으로 지명경쟁입찰을 실시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지난 22일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조만간 입찰 공고를 내고 제안서를 접수한 뒤 평가를 거쳐 사업자를 최종 결정할 계획입니다. 계약 체결 시점은 내년 말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총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톤급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전력화하는 해군의 핵심 전력 증강 사업입니다. 함정 건조 사업은 통상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KDDX의 경우 개념설계는 옛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맡았습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양사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두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이어가는 수의계약 방식이 관례며, 기술 연속성과 사업 효율성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습니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을 문제 삼으며, 기존 관행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인 만큼 경쟁입찰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에 방사청은 2년간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이번 방추위서 경쟁입찰로 노선을 정한 것입니다.
 
방추위 결정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방추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간 지켜져온 원칙과 규정이 흔들린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한화오션은 “이제라도 사업자 선정 방식이 결정된 것이 다행스럽다”라며 “KDDX 사업 수주를 통해 대한민국 해군력 증강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지난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MADEX 2025에서 한화가 전시한 KDDX 모형. (사진=뉴시스)
 
이번 KDDX 수주전을 두고 양사가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최대 변수로 HD현대중공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보안 감점을 꼽고 있습니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작성한 KDDX 관련 자료 등 군사 기밀을 8차례 이상 반출한 혐의로 2023년 총 1.8점의 보안 감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보안 감점은 올해 11월19일 종료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방사청은 재판별로 기밀 종류나 형태가 차이가 있다고 보고 내년 12월6일까지 1.2점의 벌점을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습니다.
 
방산 수주전이 소수점 단위로 갈리는 경우가 많은 만큼, 추가 보안 감점이 실제로 적용될 경우 수주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2023년 울산급 호위함 5·6번함 수주전에서는 한화오션이 HD중공업에 불과 0.1422점 차로 앞서며 수주에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를 볼 때, 1.2점의 보안 감점은 치명적인 수준입니다.
 
다만 HD현대중공업 역시 추가 보안 감점이 적용될 경우,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감점 적용 종료 시점인 내년 12월6일까지 사업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추가 보안 점수가 적용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산업계 수주전은 소수점 단위로 갈리는 만큼, 보안 감점 적용 여부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양사 모두 이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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