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공동개발 가닥…HD현중 '씁쓸'·한화오션 '표정관리'
이달 방추위서 최종 결론…공동 상세설계·2번함 조기 발주 유력
2025-12-08 16:52:27 2025-12-08 17:41:08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충남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지난 2년여간 논란을 거듭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추진 방식이 이번달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결정됩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 최첨단 구축함 6척을 개발·건조하는 사업입니다. 방추위는 당초 18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8일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방추위에는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공동개발' 등 3가지 방안이 상정됩니다. 이 중 공동개발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면서 HD현대중공업(329180)은 '씁쓸한 미소'를, 한화오션(042660)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수의계약 방식에 대해서는 지난 4일 열린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에서 분과위원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에게 "군사기밀을 빼돌려서 처벌받은 데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을 잘 체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인 사업이나 업체를 거론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KDDX 사업과 관련해 기본설계 입찰 당시 HD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이 군사기밀을 탈취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지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방추위에서 수의계약 방식을 채택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쟁입찰 방식도 사실상 채택이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이 사업을 두고 경쟁해온 HD현대중공업이나 한화오션 모두 이 방식에는 부정적이라는 게 업계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경쟁입찰을 하게 될 경우 다시 한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업체가 사활을 건 경쟁을 해야 합니다. 두 업체 모두 비용 발생과 저가 입찰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사업자 선정까지 여러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사업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경쟁입찰을 할 경우 '보안 감점 리스크'도 극복해야 합니다. 당초 지난달까지 적용되던 1.8점의 보안 감점은 시한이 끝났지만 방사청은 법원의 2심 판결에 따른 추가 보안 감점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방사청이 추가 보안 감점 적용을 결정할 경우 HD현대중공업은 내년 12월까지 1.2점의 보안 감점을 적용받게 됩니다.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기본설계부터 다시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사업 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고, 상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저가 입찰을 해야 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두 업체 모두 수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고 사업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방추위 위원들이 무리하게 경쟁입찰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방추위에서는 두 업체가 모두 참여하는 공동개발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군의 전력 공백을 방지하고, 2년여 가까이 진흙탕 싸움으로 갈등과 대립이 지속된 KDDX 사업이 정부 주도로 업체가 화합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는 여론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습니다.
 
공동개발은 기본설계를 한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를 주도하고 한화오션이 참여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화오션은 상세설계 공정 중 핵심인 3D 설계에 50% 참여와 1·2번함 동시 발주 등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1·2번함 동시 발주의 경우 방사청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례가 없는 데다 담합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고, 향후 함정 사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에 한화오션은 업체끼리 나누는 게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서 나눠 주는 것이라 담합은 아니지만 사업의 조기 추진을 위해서 동시 발주가 아닌 2번함 조기 발주 등 대안을 제시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번함 동시 발주가 어렵다면 공동설계자가 수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2번함 사업을 추진해 사실상 2번함 건조를 보장받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이렇게 결론이 나면 HD현대중공업이 사업을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한화오션은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성과를 가져가게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당초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 시절 수상함 설계 인력 등이 유출되면서 수상함 설계 능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따라서 이번 KDDX 사업을 통해 수상함 설계 능력을 확보하는 게 한화오션의 최대 목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전문가는 "한화오션은 KDDX 상세설계에 참여하면서 HD현대중공업의 수상함 설계 능력을 배울 수 있게 된 만큼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이라며 "이런 상황은 어떻게든 사업을 가게 하려는 HD현대중공업의 의지가 작동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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