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주춤, 가성비 질주"…버거 시장 양극화 뚜렷
2만~3만원 버거는 외면, 다시 줄 서는 건 '가성비 버거'
프리미엄 전략의 피로감…소득 없는 성장에 외식도 방향 바꿔
2025-08-01 16:48:47 2025-08-01 21:12:29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한때 '줄 서서 먹는 버거'로 외식 트렌드를 주도했던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들이 잇따라 고전하고 있습니다. 고가 전략에 대한 피로감과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이 '가성비'로 옮겨 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반면 '1만원 이하'의 중저가 버거 브랜드들은 고물가 장기화 흐름과 맞물려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다시금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요. 당분간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예고된 만큼 이 같은 버거 시장의 양극화 양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입니다. 
 
"0%대 경제 성장과 소비 정체…프리미엄 성장 한계"
 
1일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버거 시장이 고전하는 가장 상징적 사례는 파이브가이즈입니다. 국내에 첫 진출했을 당시 서울 강남점 앞에는 3시간 가까운 대기 줄이 이어지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바 있는데요. 한화갤러리아의 외식 자회사인 에프지코리아가 운영을 맡았고, 한화 3세 김동선 부사장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실적 역시 양호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65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서(티저 레터)를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업계는 미국 본사에 납부하는 브랜드 수수료(매출의 약 9%)가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에프지코리아가 결국 브랜드 철수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쉐이크쉑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 매장. (사진=SPC)
 
프리미엄 버거 열풍을 선도했던 다른 브랜드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SPC가 들여 온 '쉐이크쉑'은 매장을 꾸준히 늘렸지만, 지난해 1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 측면에서 흔들렸죠. 운영사인 SPC의 자회사 빅바이트컴퍼니는 올해 상반기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뉴올리언스 스타일 치킨버거로 알려진 '파파이스'도 2022년 한국에 재진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한데요. 파파이스는 신라교역이 자회사 넌럭셔리어스컴퍼니를 통해 운영 중인데, 신라교역은 2023년 영업손실 1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영업손실 11억원 대비 적자 폭이 10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9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셰프 브랜드로 화제를 모은 '고든램지버거'도 예외는 아닙니다. 롯데월드몰에 1호점을 오픈하며 런칭 초기 예약 대란까지 벌어졌지만, 단일 매장에서 약 3만원이 넘는 가격대는 대중성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점포 확장도 더디며, 현재는 상징성만 남아 있는 상황이죠.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든램지버거는 콘셉트는 좋았지만 가격 저항이 너무 컸고, 이후 추가 투자나 확장 계획이 전혀 없었다"며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리미엄보다 가성비"…소비자 선택 기준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도 변했는데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체 소비자물가가 16% 상승하는 동안 외식 물가는 약 25% 올랐습니다. 이 중 햄버거가 35.6% 큰 폭으로 오르자 1만2000원 이상 프리미엄 버거군의 소비자 외면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만원 이하' 버거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롯데리아·맘스터치·버거킹 등 전통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물론, 수제 버거를 표방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저가 버거 브랜드들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죠. 실제로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5000~8000원대 가성비 버거 브랜드 신규 가맹점 출점은 지난해보다 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한 끼 식사'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던 프리미엄 버거 시장은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양극화된 수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가격에 걸맞은 경험과 차별화된 정체성, 그리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이 절실해졌습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 물가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글로벌 브랜드라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더 이상 차별점이 되지 않는 만큼, 본사의 수수료 부담과 고정비를 감당하면서도 합리적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면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프리미엄 전략이 '희소성'보다는 '가격 부담'으로 인식되는 반면, 국산 브랜드는 '가성비'와 '접근성'을 무기로 브랜드 충성도와 반복 구매를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인데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나타나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의 고전은 단기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소비 불황의 신호로 봐야 한다.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고가 외식 소비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고, 한국도 이제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명품 소비 시장, 프리미엄 시장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히 한국 경제가 0.8%, 1%대 저성장에 머무는 한, 프리미엄 외식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는 어려운데, 그래서 지금 1만원 이하의 버거가 '가성비'로 각광받고 있는 현상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