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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엘앤에프(066970)가 적자 누적과 차입부담이 커지면서 자금조달 실효성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회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 신규 사업을 명분으로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년에 걸쳐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조달할 예정인 대규모 BW가 온전히 성장 재원으로 쓰이기보다 채무 상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급한 불 끄기’ 성격으로 소모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엘앤에프 대구 구지 3공장 전경. (사진=엘앤에프)
연이은 증권신고서 정정에 투자자 신뢰 ‘하락’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지난 6월16일 주주우선 방식의 공모 BW 발행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감원이 사업계획 구체성 부족을 이유로 같은 달 24일과 7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정정 요구를 했다. 특히 두 번째 정정 요구일인 7월11일은 SK온과 북미 지역 LFP 양극재 공급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소식으로 엘앤에프의 주가가 11% 넘게 급등한 날이었다.
엘앤에프가 발행을 앞둔 BW는 만기 5년에 표면금리 1.0%, 만기수익률 3.0%의 조건이다. 발행 2년 뒤부터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도 가능하다. 회사 측은 총 3000억원의 조달 자금 중 2000억원을 LFP 양극재 공장 설립을 위한 신규 법인 출자금으로, 나머지 1000억원은 시설 및 운영자금으로 각각 500억원씩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초기 제출된 증권신고서에는 신규 법인 설립에 대한 이사회 결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을 선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고, 투자금 산정 근거도 ‘추후 결정’으로 명시됐다.
금감원은 BW, CB 등 메자닌 발행 시 자금 사용 목적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조하고 있는 데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이 1배 이하인 기업에 대한 조달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올해 1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4.9배에 불과해 대표적인 심사 대상이다. 2년 연속으로 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2023 2223억원, 지난해에는 558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1403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적자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금감원은 지난 25일 엘앤에프의 증권 발행 계획을 승인을 했지만, 앞서 정정 공시가 잇따라 발생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엘앤에프의 자금조달 목적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금감원 승인으로 오는 9월 BW 발행이 예정대로 진행돼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가 발행 계획을 취소하지 않는 한 BW 발행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엘앤에프가 이를 철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메자닌 발행에 기관 대상 아닌 주주우선 공모 택해
BW 발행 구조에서도 이러한 재무여건이 반영됐다. 일반적으로 메자닌은 기관 대상 사모 형태로 발행되지만, 엘앤에프는 기존 주주 등을 대상으로 한 주주우선공모 방식을 택했다. 이에 대해 증권가 안팎에서는 회사의 자금 조달 수단이 제한됐다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BW 실권 물량을 떠안는 증권사에는 인수 수수료로 12%가 책정돼 있는데, 이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각각 1000억원, NH투자증권이 700억원, 대신증권이 300억원을 인수할 예정이다.
엘앤에프의 재무상황은 실제로 심각한 수준이다. 올 1분기 기준 회사 재무제표에 따르면 총차입금은 1조8866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367.4%로 급등했다. 특히 순차입금은 1조5815억원으로, 2021년 말 (-)1723억원에서 불과 3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으며. 이자비용도 2022년 213억원에서 지난해 1064억원으로 5배 늘어났다.
반면 엘앤에프가 1분기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현금및현금성자산 3051억원, 기타유동자산 388억원, 단기금융자산 40억원 등으로 총 3479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달 초에는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1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에도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행사돼 대규모 현금유출이 발생하기도 했다. 단기성부채만 1.4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이 같은 재무부담을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BW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을 신사업 투자에 온전히 투입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엘앤에프가 이번 BW 발행이 예정대로 진행돼 투자 대신 차입 부담 해소에 자금을 사용하더라도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 회복 방안의 핵심인 현금창출력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2분기 엘앤에프의 당해실적은 –1212억원으로 전년 동기(-842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43.9%나 더 커졌다. 2분기 누계실적은 -2614억원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엘앤에프의 부진한 영업실적과 향후 투자계획 등을 고려하면 연간 4000억원 내외의 외부자금 조달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회사채 발행과 차입 약정 활용 등을 통해 대응하겠지만, 부채비율이 더욱 확대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IB토마토>는 엘앤에프 측에 BW 발행을 통한 조달 자금의 사용처와 차입 부담 해소 방안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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