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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에스엘(005850)이 실적 둔화 국면에서도 ‘현금 중심 경영’을 통해 재무체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발 관세 부담과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은 흔들렸지만, 외형 성장 흐름을 유지하는 동시에 운전자본 관리를 통해 현금 창출력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이 같은 현금흐름 개선에도 공격적인 투자 대신 이익 축적을 선택하며 무차입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어 견조한 재무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스엘 홈페이지 갈무리)
외형 성장 기조 ‘유지’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엘의 올 3분기 누적 연결 매출은 3조 8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 7360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35억원으로 전년 동기 3543억원 대비 17.2% 감소했다. 매출원가와 판관비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며 수익성이 다소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3분기 누적 매출원가는 3조 30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고, 판매비와관리비도 2282억원으로 8%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오히려 증가했는데, 이는 비용 구조와 운전자본 관리 효과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3분기 영업이익이 17.2% 감소하는 동안 에스엘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480억원으로 전년 동기 4385억원 대비 95억원 증가했다. 퇴직급여 조정이 323억원으로 54억원, 충당부채 조정이 384억원으로 70억원 증가하며 현금흐름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운전자본 측면에서는 매입채무가 793억원 증가하며 전년 동기 –521억원에서 1314억원 개선됐고, 기타채무도 563억원 늘며 495억원 개선 효과를 냈다. 반면 재고자산 증가는 517억원으로 전년보다 82억원 확대돼 일부 현금 유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현금창출력은 오히려 강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에스엘은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보다는 현금 확보와 유동성 관리에 방점을 찍는 방향으로 재무전략을 조정했다. 이 같은 기조는 3분기 현금흐름과 투자 내역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에스엘의 올 3분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422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유형자산 취득액은 1776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감가상각비가 108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신규 대규모 증설보다는 기존 설비 유지·보수 및 제한적 보완 투자 수준에 머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투자 규모가 감가상각비를 소폭 웃도는 수준에 그치면서, 공격적인 설비 확장 국면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유동성 지키며 재무 완충력 ‘강화’
이 같은 현금 중심 전략은 자본구조에서도 확인된다. 에스엘의 3분기 말 이익잉여금은 1조 9789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 7829억원 대비 2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오로지 본업에서 창출한 이익을 내부에 축적해 자본을 늘렸다. 그 결과 3분기 말 자본총계는 2조 570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700억원 이상 확대됐다.
재무안정성 측면에서도 에스엘의 체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3분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7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절대적인 현금 규모는 전년 말 대비 줄었지만, 차입금이 사실상 ‘제로’인 점을 감안하면 유동성 부담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순차입금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무차입 경영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사업 구조 측면에서도 중장기 대응 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엘은 HEV 중심의 램프·전동화 부품 공급을 통해 북미 전동화 수요 둔화 국면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주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 확대에 따른 추가 성장 동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회사는 이미 글로벌 로보틱스 고객사에 4족보행 로봇의 레그 어셈블리와 물류로봇 인디케이터 램프를 공급 중이며, 국내 고객사에는 라이다와 배터리팩 어셈블리(BPA)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실적 개선과 신사업 확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에스엘 관련 투자보고서를 통해 “미국 전동화 수요 둔화 등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에스엘은 HEV 중심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매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북미와 인도 시장 신차 사이클과 맞물려 수혜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기대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등 주요 고객사의 로보틱스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협력사인 에스엘의 역할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투자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등에서 에스엘의 기술·제품 공개와 함께 사업 로드맵이 구체화될 경우 로봇 사업의 가시성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모아지고 있다.
<IB토마토>는 구체적인 재무 상태 등에 대해 에스엘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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