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리튬 가격 반등…배터리업계 '약일까 독일까'
17만톤 공급 과잉서 내년 1500톤 부족 전망
ESS, 2030년 302GWh 규모 폭발적 성장
AI 전력 수요 리튬 2만달러 시대 견인 '기대감'
2025-12-30 14:51:01 2025-12-30 14:51:01
이 기사는 2025년 12월 30일 14:5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인해 긴 겨울을 보내던 글로벌 배터리 원자재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지독한 가격 조정을 겪었던 '하얀 석유' 리튬 가격이 바닥을 치고 가파르게 반등하면서다. 장부상 손실을 견디다 못한 광산 업체들의 감산과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폭발이 맞물린 결과다. 배터리 업계는 리튬값 상승이 수익성 개선의 촉매제가 될지, 아니면 전기차 가격 인상을 부추겨 수요 회복의 걸림돌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1년 6개월 만의 100위안 돌파… "바닥은 지났다“
 
3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이달 말 kg당 115.7위안을 기록하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9월 말 71.8위안대에서 불과 석 달 만에 61.1% 급등한 수치다. 지난 6월 50위안대까지 추락하며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친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만에 시세가 두 배가량 뛰어오른 셈이다.
 
리튬 가격이 kg당 100위안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처럼 리튬 가격이 반등한 1차적 배경은 공급 측면의 고강도 조정이다. 가격 폭락을 견디지 못한 글로벌 광산 기업들과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 등이 주요 광산 가동 중단 및 감산을 본격화하면서 장기 공급 과잉 국면이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은 리튬 공급 과잉 규모가 2023년 17만 5000톤, 지난해 15만 4000톤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그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내년에는 오히려 1500톤가량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바닥론이 확산하자 배터리 업체들이 선취매에 나서며 재고 확충에 가세한 점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2023년 초부터 2025년 연말까지 리튬가격 추이. (그래프=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
 
'AI 데이터센터'가 살린 수요… ESS가 전기차 빈자리 채운다
 
과거 리튬 가격이 전기차 판매량에만 좌우됐다면, 최근의 반등은 ESS라는 강력한 우군을 만난 덕분이다. AI 산업의 급격한 팽창으로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가 폭발하자,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BESS(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수요가 리튬 소비를 지탱하고 있다.
 
특히 전력망 인프라가 부족한 미국, 유럽 등에서 ESS 설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산업 가속화와 에너지 안보 강화로 인해 리튬 가격이 2027년까지 현재보다 6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하며, 내년 글로벌 ESS 수요 전망치를 기존보다 17%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중심축도 이동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006400)·LG에너지솔루션(373220)·SK온)는 전기차 배터리 위주였던 생산 구조를 리튬인산철(LFP) 기반의 ESS용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삼성SDI는 최근 미국 스타플러스에너지 공장 라인 일부를 BESS용 LFP 생산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역시 미국 내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변경해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배터리 업계에 리튬값 상승은 단기적으로 '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 배터리 업계의 실적 발목을 잡았던 원자재 리스크가 수익성 개선의 '키'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원재료 가격 하락기에는 높은 가격에 사둔 리튬 재고가 장부상 손실(재고평가손실)로 처리돼 이익을 깎아 먹었다.
 
하지만 리튬값이 상승세로 돌아서면 이 재고 가치가 '평가이익'으로 반전된다. 또 리튬 가격이 낮을 때 선제적으로 확보한 원료로 만든 양극재를 리튬값이 오른 시점의 판가에 맞춰 납품할 수 있어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마진율 극대화가 가능해진다.
 
글로벌 리튬 생산 기지인 아르헨티나 살타주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포스코가 연간 2만 5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가동하고, 프랑스 에라민과 중국 간펑리튬이 신규 공장을 본격 가동하는 내년이 리튬 산업의 진정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리량빈 간펑리튬 회장은 탄산리튬 가격이 현재의 두 배 수준인 톤당 20만위안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 초 중국발 '수요 절벽' 경고… 장기적으론 '독' 될 수도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리튬 가격 상승이 오히려 전기차 수요 회복을 늦추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데, 리튬값 상승이 배터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전기차 대중화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수요 급감 경고는 뼈아프다.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내년 초 신에너지차(NEV)용 배터리 수요가 올해 말 대비 최소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구매 시 적용되던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올해 말 발생한 '막판 구매' 반작용이 내년 초에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중국산 리튬전지의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45%가량 급감했으며, 미국 내 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가 중국 업체들에는 실질적인 수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난위넝, 더팡나노 등 중국 내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업체들은 이미 생산 중단이나 설비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사이 ESS가 리튬 소비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것은 분명한 호재"라면서도 "공급 부족에 따른 과도한 가격 급등이 다시금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원가 관리와 공급망 다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