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삼성 노조 와해’ 제동…“금속노조에 과거 단체교섭권 보장해야”
삼성물산, 어용노조로 10년간 교섭권 무력화
대법원, 금속노조 박탈당한 단체교섭권 인정
노동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해야”
2025-08-04 06:00:00 2025-08-04 06:00:0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삼성물산이 어용노조를 이용해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 것과 관련, 대법원이 과거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금속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금속노조가 소수 노조로 단체교섭권을 박탈당한 지 10여년 만에 판결이 확정된 겁니다. 노동계에선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뉴시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서경환)는 금속노조가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이행 청구 등의 소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습니다. 
 
금속노조 삼성지회는 2011년 7월 삼성그룹 최초 설립된 노조로,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에버랜드) 노동자들로 시작됐습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지회 설립 직전인 같은 해 6월 어용노조인 에버랜드노조를 만들고, 10일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복수노조가 허용된 같은 해 7월1일 바로 전날이었습니다. 이후 에버랜드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했고, 교섭권을 독점했습니다. 
 
삼성지회에 기회가 찾아온 건 2022년입니다. 강경훈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이 이른바 노조 파괴 사건 관련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에버랜드노조를 만들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등을 했다고 인정된 겁니다. 아울러 에버랜드노조 설립 무효 판결도 확정됐습니다. 
 
이에 삼성지회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요구했던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박탈당한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입니다. 
 
1심은 삼성물산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판사 이기선)는 “새로운 임단협을 체결한다고 해도 이를 소급해 준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 뒤집혔습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38-1부(부장판사 정경근)는 “삼성지회가 구하는 교섭 사항이 과거의 근로 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교섭 청구를 구할 실익이 없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 판단도 같습니다. 대법원은 “삼성지회는 사업장 내 단체교섭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노조로서 사측에 대상 기간 동안 적법하게 단체교섭을 요구했음에도, 에버랜드노조가 교섭 대표 노조가 됨에 따라, 삼성지회의 단체교섭권이 보장받지 못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삼성지회는 이번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조장희 삼성지회장은 “사측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10년 이상 교섭을 무력화했다”며 “우리처럼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사례는 대단히 희박하다. 창구 단일화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삼성지회와 삼성물산이 지난 10년 동안 밀렸던 단체교섭을 진행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삼성지회는 2022년 4월 삼성물산과 최초 단체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꾸준히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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