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삼성전자 지분 처리를 놓고 삼성생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정대로 삼성전자의 자사주가 소각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높아져 금산법상 한도를 넘어서는 주식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주장했던 대로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 변경을 추진하게 되면 삼성생명이 팔아야 할 지분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상반기 중 예정된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보유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처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주 941만주(7.29%)를 소각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각각 8.23%에서 8.88%로, 1.44%에서 1.55%로 높아져 합산 지분율(10.43%)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보유 한도인 10%를 초과하게 된다. 따라서 삼성생명·화재는 초과분인 0.43%, 시가로는 약 1조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야 한다.
다만 삼성생명·화재 중 어느 쪽의 주식을 어떻게 정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문제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고, 금융당국 차원에선 보험업감독규정 개정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정리 규모가 1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늘어날 수도 있다. 현 상황이 삼성생명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삼성전자에서도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없고, 수장이 바뀐 금감원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며 “우리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금산법에 따른 지분 정리는 삼성전자 1대 주주로서 삼성생명의 위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감독규정이 개정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보유 가능한 계열사 주식을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로 제한하고 있는데 감독규정은 소유금액의 기준을 취득원가로 삼고 있다. 금융권에서 취득원가를 평가 기준으로 하는 업권은 보험업뿐이다. 이를 두고 김기식 금감원장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험업법을 “기형적인 법률”이라고 비판해왔다. 당 차원에선 19대에 이어 20개 국회에서도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 시 시가로 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다. 개정안대로라면 삼성생명은 20조원에 육박하는 주식을 팔아야 한다.
특히 김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입법 없는 감독규정 개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감독규정은 보험업법의 행정규칙이어서 금융위원회를 통해 개정 가능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현행 보험업법 자산운용규제에 대해 “형평에 맞지 않는 점이 분명 있다. 법 개정에 부정적이지 않고, 국회와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감독규정이 개정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대폭 하락해 굳이 자사주 소각에 맞춰 주식을 정리할 필요가 없어진다. 대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물산(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대 주주)이 각각 1·2대 주주인 삼성생명은 그동안 이건희·이재용 부자의 삼성전자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순환출자 고리로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1대 주주의 지위를 잃으면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을 사들이게 될 다른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개편되거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전자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으로선 김 원장의 행보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장기에 걸쳐 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만들어진 규정이므로 당초 취지를 살리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상반기 중 예정된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보유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처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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