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스포츠는 무엇으로 사는가
2015-07-13 06:00:00 2015-07-13 06:00:00
# 장면하나: 7월 어느 날 야구발전위원회 소모임 회의를 위해 잠실구장을 찾았다. 이날 LG와 롯데는 연장접전 끝에 11회말 오지환의 끝내기 안타로 LG가 1대 0으로 이겼다. 경기가 연장까지 이어진 관계로 경기를 마치고 나오니 이미 10시가 훨씬 넘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만난 위원회 멤버들과 구장 앞 광장 포장마차에서 간단하게 회포를 풀기 위해 모였는데 그 시간 잠실구장 광장 앞 광경이란 뭐라 표현하기 힘든 상황. 수 백 명의 LG와 롯데 팬들이 소그룹으로 삼삼오오 모여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응원은 자정까지 이어졌다. 문득, '야구란 그리고 스포츠란 이들에게 과연 어떤 의미인가, 또한 왜 팬들은 이렇게 스포츠에 열광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개념적으로 보면 스포츠는 체육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신체활동이 중심이 되는 것은 같으나, 체육은 교육적 요소에 무게 중심을 둔다. 반면 스포츠 놀이나 게임보다 일단 고도화되고 조직화되어 있다. 아침에 노부부가 동네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것을 우리는 운동이라 하지 스포츠라고 하지는 않는다. 스포츠라 불리기 위해서는 지도자, 심판, 리그와 같은 제도적인 요소가 구비되어야 한다. 제도적인 요소가 고도화될수록 스포츠에 가깝고, 그 정점에 프로스포츠가 있다. 물론 프로스포츠는 경기력까지 담보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팬들을 향해, 스포츠의 비합리적 낭비성을 질타하기도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스포츠가 가난과 가정불화, 경제적 불평등, 인종차별 또는 기타 현대사회의 어떤 병리현상의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스포츠는 허구의 세계이다. 허구의 세계는 이 세상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스포츠가 없어도 지구가 돌아가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스포츠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기저에는 경기에서 만큼은 '공정한 룰'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사회는 꼭 실력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데 비해 스포츠는 상대적으로 승복할 수 밖에 없는 메커니즘이 있다.
 
좀 더 고도화된 프로스포츠의 경우 단지 재미, 경쟁, 공정성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가치'와 '탁월함'이 있어야 비로소 팬들이 비용을 지불한다. 서구의 프로스포츠선수들이 비시즌동안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학교급식에 참여하고 소외계층의 어린이들을 경기장으로 초청하고, 구단이 해외파병 장병에게 시구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모두 가치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올스타휴식기 전후로 NC다이노스의 에릭 테임즈는 자선모금파티와 지역 보육원어린이 초청행사를 통해 스포츠의 '가치창출'에 스스로 나서고 있다. 이것이 바로 프로스포츠의 존재이유이다.
 
또한 결과론적 평가방법이 숙명인 프로스포츠는 승리만 따진다면 결국 제로섬게임으로 흐를수 밖에 없다. 탁월함으로 승부해야 한다. 승리지상주의에는 탁월함이 없지만 탁월함은 승리까지 포함한 그 이상의 개념이다. 경기 이후 자정까지 광장에 남아 응원가를 부르는 그 많은 팬들에게 스포츠가 돌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스포츠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그것은 현실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공정성, 가치 그리고 탁월함이 스포츠에는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전용배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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