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피격에 미·중 회담까지…한국외교 '시계제로'
공격 주체 추가 조사…직접 개입 대신 '공동 대응' 고려
미·중 회담 파장 불가피…통상·안보 비용 증가 가능성
2026-05-11 17:45:53 2026-05-11 18:22:1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대한민국 외교가 HMM 나무호 피격이라는 중동발 안보 변수와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안보·통상 변수의 이중 압박에 직면했습니다. 중동 대응에 있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균형을 지켜오던 이재명정부의 외교는 더 이상 신중론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렸습니다. 또 오는 14~15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청구서'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즉 안보와 통상이라는 복합적인 외교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용납할 수 없는 공격"…요구되는 '상응 조치'
 
11일 정부에 따르면 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 나무호 폭발·화재 사고는 '미상의 비행체' 2기의 공격으로 발생했습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 외판을 약 1분 간격으로 2차례 타격했고, 타격으로 인한 충격 후 진동을 동반한 화염 및 연기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에서도 "이로 인해 좌측 선미 외판이 폭 5m, 깊이 7m가량 부분이 훼손됐다"며 "선체 안의 프레임은 내부로, 선체 외판은 외부 방향으로 돌출 및 굴곡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미상의 비행체 2기의 공격 주체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상의 비행체가 1분 간격이나 같은 곳을 두 차례에 걸쳐 타격했다는 점, 기관실이 위치한 선미를 공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도적 공격으로 추정됩니다. 
 
파손 부위를 고려할 때 기뢰 및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은 낮다는 게 우리 정부 설명인데요. 고도 정밀 유도가 가능한 자폭 드론은 이란 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의 공격 패턴과 유사합니다. 또 나무호 피격이 있던 4일, 중국의 대형 정제유 운반선 한 척을 비록한 여러 나라 상선들도 공격받은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는데요. 사실상 이란이 미국의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막기 위해 선박들을 공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 10일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청사로 불러들였고,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구상(MFC)에 동참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란에 책임을 묻고, 미국의 제안에 적극적 태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해 위 실장은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이란과의 외교 관계입니다. 그간 한국은 중동 사태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란 측 소행이라는 게 분명해진다면 우리 정부도 상응하는 대응에 나서라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무호 사건 직후 곧바로 한국의 참전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던 점을 고려할 때 마냥 거절하기 어려워진 셈입니다. 
 
때문에 현재 우리 정부는 공격의 주체를 특정하지 않고 추가 조사를 통해 '상응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동의 직접 개입을 꺼리고, 국제 사회의 공동 대응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양보 땐 한국에 파장"
 
오는 14~15일 이틀간 진행될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도 우리 외교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종식되지 않은 채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이란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고, 중국은 이란 문제를 해결할 키를 쥐고 있다"며 "결국 중국의 협상력이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희토류와 에너지 등을 통해 이란도 압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요구할 카드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주목되는 건 '대만 문제'입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만큼 중동 전쟁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대만 문제에서 이란의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30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중·미 관계의 최대 리스크"라며 대만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올리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관건은 대만 무기 판매 축소입니다. <아사히 신문>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대만 문제에 있어) 미국 정책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이란 문제의 반대급부로 대만 무기 판매 규모의 축소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제 해결을 위해 대만 무기 판매를 축소하게 되면 기존의 동맹관이 흔들릴 우려가 있는데요. 동맹을 철저히 비용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 재확인되는 셈이기도 합니다. 결국 대만 문제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대두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우리 정부의 안보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관세라는 통상의 문제도 예고됩니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적용한 무역법 제122조, '글로벌 10% 관세'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상호관세에 이어 '대체 관세'까지 모두 무력화된 겁니다. 이제 사실상 무역법 제301조 조사를 통한 관세 부과만 대응 카드로 남았습니다.
 
이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 역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숙제로 다가옵니다. 관세 인하로 중간재 수입 비용이 낮아진다는 이점도 있지만, 중국 역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해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전 교수는 "중국 리스크를 줄이겠다며 베트남, 인도, 멕시코로 이전한 공장들의 투자 논리가 흔들린다"며 "미·중이 타협하면, 그 타협의 수혜는 미국과 중국이 나누고 리스크는 이미 이전 투자를 마친 한국 기업이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