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개혁 정책'에 드라이브를 지속하는 반면 '당정대 이견'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 인사들은 브레이크 없는 정 대표를 향해 '자제 시그널'을 잇달아 보냈는데요. 정 대표 체제에서 당정대 '엇박자 논란'이 계속되는 것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 내에선 불만이 쌓이는 실정입니다.
정청래(왼쪽부터) 민주당 대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 환송 인사들이 지난달 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제80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으로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탑승한 공군 1호기를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당 과속, 사실 아냐"…대통령실 '정면 반박'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2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정대 조율 없는 민주당의 과속'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정대가 원팀이 돼 '과감하되 정교하게, 신속하되 차분하게' 청산과 개혁을 추진하고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당정대 불협화음 논란과 관련해 정 대표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일축한 것입니다. 정 대표가 개혁 정책을 앞세워 '자기 정치'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 정 대표가 언론의 인터뷰 제안을 고사하며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과 강훈식 비서실장의 발언을 당에서 정면으로 반박한 셈입니다. 우 수석은 지난 6일 <KBS 1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의 입장과 운영 방향에 대해서 그 취지는 전부 다 동의한다"면서도 "가끔 속도라든가 온도 차이가 날 때가 있지 않은가"라며 당과의 이견을 인정했습니다.
우 수석은 "개혁하는 거 좋은데 너무 싸우듯이 하는 게 좀 불편하고 피곤하다, 그런 피로도를 말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개혁의 접근 방식에 개선이 있어야겠다 하는 생각은 좀 하고 있다"며 여당이 추진하는 개혁에 대한 불편함을 언급했습니다.
강 실장도 지난 4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통령의 개혁론을 두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수술대 위로 살살 꾀어서 마취하고 잠들었다가 일어났는데 '아 배를 갈랐나 보다, 혹을 뗐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게 개혁"이라며 여당과의 시각차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추석 연휴 직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연휴 전 약속드린 대로 사법 개혁안, 가짜 조작정보 근절 대책도 차질 없이 발표하겠다"며 "약속한 개혁 시간표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지난 9일에는 자신의 SNS에 "개혁은 확실하게 빨리 해치워라. 언제까지 시간 끌 거냐? 민주당도 요즘 답답하다(민주당 지지자)"는 추석 민심 글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날도 SNS에 "(사법부의 독립과 신뢰는) 실제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판결하고, '그럴 것이다'라는 국민적 인식이 높아야 한다"며 "조희대 재판부 판결은 이 두 조건을 충족했는가, 국민 인식은 '아니올시다'이다. 나도 그렇다"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개혁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정 대표에 '속앓이'…"당이 '대통령 지지율' 까먹는다"
이처럼 정 대표가 이 대통령 측근의 시그널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대통령실과 여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언짢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정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에 대한 반감은 대통령 지지율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17명을 조사해 6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는 53.5%를 기록했습니다.
전주 조사 대비 1.5%포인트 반등했지만, 지난달에 이어 3주 연속 지지율이 하락한 탓에 여전히 50% 초반에 그쳤습니다. 7월 마지막 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는 63.3%에 달했습니다.
해당 조사는 무선 RDD 100%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응답률은 4.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이 대통령 지지율을 좀 받쳐줘야 되는데 오히려 까먹고 있다"며 "대통령실에서도 그것 때문에 한숨을 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볼멘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정대 엇박자를 인정하면서 소통 능력 부족을 언급했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정대 온도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대통령실과 당의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견을 좁혀가고 있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같은 당 다른 의원은 "당도 대통령실도 서로 조율해 나가야 하는데, 소통 리더십 측면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지혜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시행착오 과정에 있는 것 아니겠냐"며 에둘러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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