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김건희특검은 통일교 청탁 의혹에 연루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10일 구속 기소했습니다. 한 총재는 그간 '정교일치' 사상을 내세우며, 통일교와 윤석열정부의 유착 관계를 위해 청탁을 하는 등 사건 정점에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특검은 이날 한 총재 외 통일교 관계자 3명도 기소했습니다. 통일교 관련 의혹을 정조준한 특검은 수사 과정 중 '통일교 신도 집단 당원 가입' 등에 국민의힘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정황을 포착한 상태입니다. 특검이 한 총재를 기소한 만큼 다음 시선은 국민의힘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은 이날 한 총재를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교단의 실세'로 불리는 정원주 전 비서실장 역시 한 총재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특검은 정 전 실장과 한 총재가 모든 범죄 사실을 공모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검은 앞서 구속 기소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도 '쪼개기 후원' 등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습니다.
먼저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은 윤 전 본부장과 공모, 지난 2022년 1월 윤핵관(윤석열씨 핵심 관계자)으로 불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습니다. 윤석열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바란 겁니다. 이들은 그해 3~4월쯤 통일교 단체 자금 1억4400만원을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습니다.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은 그해 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건넸다는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와 같은 해 10월 자신들의 카지노 원정 도박과 관련한 수사 정보를 취득하고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받고 있습니다.
이날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이자 통일교 전 재정국장인 이모씨도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씨와 정 전 실장은 용도가 지정된 통일교 '천승기금' 등을 회계 처리하지 않고 한 총재에게 상납하는 등 통일교 자금 합계 약 19억원 상당을 유용(업무상 횡령 및 특경법상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지난 5월6일 당시 김문수 대선 후보의 자택 앞에서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논의를 위해 김 후보를 기다리며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이 공소사실에 한 총재 등 피고인들이 통일교 자금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고 적시한 만큼, 추후 수사는 국민의힘에 집중될 예정입니다. 현재 특검은 정당법 위반으로 통일교 간부들이 교인들을 집단으로 당원 가입시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대표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신도 집단 당원 가입' 의혹은 당시 통일교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성동 의원을 당대표로 밀기 위해 신도들을 당에 집단 가입시켰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러나 권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결국 불출마하자 통일교 측은 이후 '로비 대상'을 김기현 의원으로 바꿔 지원한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2023년 3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됐습니다.
특검은 해당 의혹을 풀기 위해 국민의힘 당원 명부 확보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지난달 18일 국민의힘 당원 명부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업체를 압수수색해 통일교 신도로 추정되는 약 12만명의 당원 명단을 확보했습니다. 특검은 국민의힘 당원 명부와 통일교 교인 명부를 비교·대조한 결과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앞두고 교인 3100여명이 입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같은 달 30일에는 국민의힘 경남도당을 압수수색해 통일교 측이 집단 제출한 당원 가입서 묶음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특검은 윤 전 본부장과 전성배씨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다른 주자들도 통일교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2년 11월쯤 윤 전 본부장은 전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윤석열씨의 의중)은 어떤가"라며 "몇몇 (국민의힘 당대표) 잠재 주자들도 (도와달라는) 요청이 온다. 과거에 저희와 연결됐던 (사람들)"이라고 연락합니다. 이에 전씨는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규모는 과시할 정도면 좋다. 1만명 이상이면 된다"라고 덧붙입니다.
아울러 쪼개기 후원 의혹에도 국민의힘 정치인 다수가 연루되어 있습니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약 3개월간, 총 1억4400만원 상당의 정치자금을 국민의힘 국회의원 및 시도당 위원장 등 20여명에게 쪼개기 후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후원 대상 리스트에는 권성동·김정재·윤한홍·추경호·한기호 의원과 박성중·장제원 전 의원,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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