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주 APEC까지 '쥐락펴락'
관리 모드 미·중 관계 다시 '점화'…모호해진 정상회담
APEC 성패 시시각각 변화…이재명정부 '외교 시험대'
2025-10-12 16:09:03 2025-10-12 18:44:53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번 달 말로 예정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APEC 정상회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미·중 정상회담' 성사로 전 세계 이목을 끌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정상회담 자체에 대한 개최 여부를 저울질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에 도착한 뒤 취재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락가락' 미·중 정상회담 
 
12일 APEC 정상회의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대한민국을 무대로 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당초 미국과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정상회담을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하겠다며 물밑 협상을 이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이하 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통화를 공개하며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또 시진핑 주석도 적절한 시기에 미국으로 올 것"이라며 상호 방문 계획까지 언급했습니다. 
 
지난 1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4주 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라고 적었습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소식에도 "우리는 대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시 주석은 나와 논의하고 싶은 사안들이 있고, 나도 시 주석과 논의하고 싶은 사안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대두 문제"라고 했습니다. 지난 7일에도 "한국에서 시 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 회의에서 시진핑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보인 기류 변화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은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으며,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도 예고했습니다. 
 
'관리 모드'에 들어갔던 미·중 사이의 관계가 '담판'을 앞두고 '기싸움'에 들어간 모양새인데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담판이 완전히 깨진 것도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한마디로 상황을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제약사의 약값 인하 정책을 발표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취소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가 그것(회담)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곳에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아마 우리가 회담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는데요. APEC 정상회의에 대한 참석을 의미하는 것인지, 기존의 일정대로 당일치기 방한에 그치는지, 중국과의 회담 여부를 명확히 한 것인지 모든 것이 모호한 상황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00% 추가 관세 부과 시점이 11월1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월29일께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최종 담판'을 벌일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변수 가득...불확실성 고조
 
APEC 정상회의의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시시각각 변화함에 따라 불확실성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재명정부 역시 '변수'가 가득한 상황에서, APEC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시험대'에 설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 정부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는 한·미, 한·중 정상회담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미·중 정상회담이 불발될 경우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모호한 상황에서 당일치기 방한으로 마무리될 경우 APEC 정상회의의 성과가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의 목표 지점이기도 한 APEC 정상회의에서의 외교 무대 자체도 반감되는 실정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기대를 모으던 북·미 대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만큼 불확실성만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문제는 중국도 12일 상무부 대변인을 통해 "걸핏하면 고액 관세로 위협하는 것은 중국과 공존하는 올바른 길이 아니다"라고 미국에 맞불을 놓으면서, 미·중 사이의 치킨게임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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