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당정 '이상기류'…정청래 강경 노선에 잇단 제동
대통령·당대표 단독 회동 37일 만…독대까지 상당한 시일 걸려
2025-09-09 18:20:00 2025-09-09 18:36:09
[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차철우 기자] 최근 검찰 개혁을 포함한 여러 현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당정 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선출 직후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특히 정 대표의 강경 노선에 이 대통령이 잇따라 제동을 건 정황도 포착됐는데요. 집권 초 이와 같은 갈등은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쥔 당대표를 선출하는 내년 전당대회가 당정의 운명을 결정할 승부처가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위 당정서 갈등 분출…대통령 의중 드러낸 '우상호'
 
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정청래 대표 측은 취임 후 이 대통령에게 정례 회동을 요청할 복안을 갖고 있었지만 최종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선 정 대표 측의 정례 회동 요청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고위 당정이 있다"며 "(당으로부터) 정례 회동 요청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단독 회동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인 전날에야 성사됐습니다. 정 대표 취임 37일 만에 30분간의 단독 회동이 이뤄진 것인데요. 이번 단독 회동도 사전에 공지된 것이 아니라 회동이 끝난 뒤에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해 윤석열정부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의 한동훈 전 대표는 취임 후 6일 만에 전임 대통령인 윤석열씨와 단독 회동을 진행했습니다. 2011년 이명박정부 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취임 9일 만에 이명박 대통령과 비공개 독대를 가졌습니다. 과거 대통령과 당대표 간 정례 회동의 경우,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직하지 않는 시대인 이명박정부에서 잠시 부활한 뒤 사라졌다가 윤석열정부에서 다시 명맥을 잇게 됐는데요. 대통령의 당무 개입에 대한 우려로 정례 회동이 중단된 바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이 대통령과 진행된 첫 회동은 8월12일이었습니다. 정 대표 취임 이후 10일 만인데요. 당시 만찬엔 정 대표뿐만 아니라 당권 경쟁자였던 박찬대 의원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어 8월20일엔 정 대표를 비롯해 여당 신임 지도부와 만찬을 했는데요. 이 대통령이 정 대표 취임 이후 첫 만남에 박 의원도 함께 초청한 것은 정 대표를 여당 지도부 인사들 중의 하나, 'N분의 1'로 본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정 대표가 선출됐을 때 취임 이후 첫 휴가를 떠났습니다.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에도 영상 축사만 했을 뿐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습니다. 이 또한 정 대표를 향한 이 대표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일종의 이 대통령 경고 메시지로, 정 대표와 같은 급이 아니란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읽힙니다. 정 대표 측에선 이러한 상황에 놓이자 내심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정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번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당정은 검찰 개혁 과정에서 여전히 의견 차를 노출했습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전면에서 당과 충돌하며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최근 여당 내부에서 "중대수사청(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둬야 한다"고 언급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며 고립시키려 한 데 대한 불편함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날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 비공개 회의에서 검찰 수사·기소 분리의 후속 작업을 논의하던 중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민주당 참여 여부를 놓고 정 대표는 "당도 참여하겠다"고 한 반면 우상호 수석은 "당은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견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우 수석이 "당이 참여하지 말라는 게 누구 뜻인지 좀 아시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하는데요. 사실상 이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점을 드러낸 겁니다. 
 
여당 내 한 의원은 "이 대통령도 본인이 검찰 개혁의 문제는 주관해서 회의를 할 용의가 있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며 "하지만 당이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개혁은 타이밍'이라고 하면서 속도전 중심으로 접근하는 데 대한 이 대통령의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정리되는 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같은 당 소속의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의원은 "행정부와 입법부는 서로 견제하고 힘을 겨루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며 당정 내 이견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바라봤습니다. 이어 "정부는 보다 안정성 있는 집행을 원하고 입법부는 민의의 전달과 속도를 중시한다"며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논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 만찬에서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와 주스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권 초 당정 갈등 '이례적'…승부처는 '내년 전당대회'
 
이 대통령은 전날 열린 여야 대표 회동에서도 정 대표에게 "여당이 더 많이 (야당에) 양보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여야의 협치를 주문한 것이지만, 사실상 정 대표의 강경 노선에 대한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정 대표 주도로 여당이 3대(검찰·언론·사법) 개혁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이란 지적도 제기됩니다. 
 
집권 초 이와 같은 당정 갈등은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입니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정 대표가 향후 잠재적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할 경우, 정 대표의 당대표 연임이 유력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 전당대회는 당정의 운명을 결정하는 승부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년에 선출될 당대표는 사실상 총선 공천권을 쥐기 때문에 이 대통령으로서도 지난달 전당대회 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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