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하우시스의 두 얼굴)③ "좋은 데 가고 싶다"…성 접대 요구
협력업체 대표에 물량 배정 담보…술집 대리 결제·금품 요구도
피해업체, 정도경영팀에 투서 보내…관련 직원 2명 해고
"경기 어려워도 상생 없어"…LX하우시스, 하청업체 고통 전가 지적
2025-12-22 07:00:00 2025-12-22 07:00:00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2차 어떻게 하실래요? 좋은 데 가고 싶네요."
"우리끼리 놀고 있는데요. 스폰 해주세요. 사장님."
"따로 줄 것 없으신가요?"
 
LX하우시스(108670) 직원 2명이 한 협력사 대표에게 요구한 내용입니다. 이들은 금품은 물론 성 접대, 대리 결제 등을 요구하며 협력사 대표에게 물량 배정을 담보로 한 접대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5일 경기도 모처에서 과거 LX하우시스 협력사였던 자재 업체 대표 A씨를 만났습니다. 당시 LX하우시스 협력사였던 이 업체는 지난 2021년 한 모델하우스의 자재 업체로 참여했습니다. A씨는 모델하우스 건립 시 건설사들과 미팅에 참여하면서 본 공사 물량을 받는 조건으로 모델하우스에 참여했습니다. LX하우시스 직원들은 2~3년 후 시작하는 본 공사에서 해당 자재 물량을 이 업체에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습니다. A씨는 LX하우시스 측에 서면으로 된 확인서를 요청했으나 LX하우시스 측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확인서가 없더라도 모델하우스에 참여한 업체들은 본 물량을 받으니 LX하우시스 담당자가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러나 본 물량이 들어가는 시점부터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모델하우스에 참여한 업체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본 공사에서 해당 물량을 수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지=챗GPT)
 
본 물량 공급 앞두고 수위 높은 금품 요구
 
A씨에 따르면 2022년~2023년 LX하우시스 측의 부적절한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처음은 대리 결제 요구로 시작했습니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간에 A씨는 경기도에서 LX하우시스 직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해당 직원은 술을 사달라고 요구하며 A씨가 서울로 올 것을 요청했습니다. 시간이 늦었다며 A씨가 거절하자 해당 직원은 자신들끼리 놀 테니 스폰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LX하우시스 직원과 A씨의 첫 번째 골프 라운딩에서는 라운딩이 끝난 후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당시 거절했습니다. 두 번째 골프 라운딩이 끝나고 진행된 점심 식사에서 LX하우시스 측은 "좋은 데 가고 싶다"고 요구했습니다. 여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라는 뜻이었습니다. A씨가 겨우 지인을 통해 술집으로 LX하우시스 직원들을 데려갔지만 자리가 끝나갈 무렵 이들 직원은 이번에는 2차를 요구했습니다. 더 높은 수위를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접대 응하지 않자 물량 절반 줄여
 
그때부터 수난이 시작됐다고 A씨는 회상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LX하우시스는 본 물량 공급이 시작될 무렵 LX하우시스 측은 타사 제품으로 물량을 배분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가 기존에 예상한 물량 규모는 200억원대였으나 실제로 들어간 물량은 100억원대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기존 약속한 물량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셈입니다.
 
수긍할 수 없었던 A씨가 항의했으나 LX하우시스 직원은 건설사에서 교체를 요청했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A씨가 건설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건설사에서는 이유 없이 자재를 교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교체 과정이 다소 번거롭기 때문에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A씨는 LX하우시스 직원들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앞서 A씨는 LX하우시스 와의 대규모 계약을 믿고 원활한 물량 공급을 위해 공장도 새로 지었습니다. 기존 생산 능력을 5~7배 늘리기 위해 약 75억원을 들여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습니다. 당시 이자만 1년에 3억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한 투자였습니다. A씨는 "매출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부도가 날 수 있을 정도였다"며 "자체 모델로 겨우 방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더는 대기업과 거래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LX하우시스는 협력사들이 자신들의 입맛을 맞추기를 원하는데 그렇게 경영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직원 2명 비위 밝혀져 징계 해고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6개월간 고민하던 A씨는 2023년 LX홀딩스 정도경영팀에 투서를 보냈습니다. 술집 접대 영수증,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등도 첨부했습니다. 투서가 접수된 후 약 1~2주 후에 LX하우시스 정도경영팀원 2명이 직접 A씨를 찾아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투서를 보낸 후 몇 개월이 지나도 처분 결과가 나오지 않자 A씨는 직접 LX하우시스 측에 연락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LX하우시스 측은 "조사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몇 개월의 시간이 더 흘러 내부 조사 결과 비위가 확인돼 해당 직원 2명은 해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A씨는 정도경영팀으로부터 연락은 받지 못했고, 내부 관계자를 통해 해당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구체적인 비위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징계 해고에 투서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LX하우시스에서 근무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정도경영팀의 처분 과정은 약 1개월~6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자료 분석 △인터뷰 △자료 보충 △1차 조사 △2차 조사 △3차 조사 △징계위원회 개최 △이의신청 접수 등의 과정을 거쳐 진행됩니다. 처분 전 결재를 거쳐 대표이사까지 보고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LX홀딩스에 투서가 접수된 경우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회사 차원 징벌 조치 강화 목소리도…범LG가 이미지에 타격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힘의 불균형에 의한 고질적인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김남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은 "갑을 관계가 얼마나 고착화돼 있고 심각한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중소기업 간, 원·하청 관계의 왜곡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힘의 관계가 있는 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며 "대기업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져서 납품 수요처가 한정적이다 보니 중소기업이 의존하면서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징벌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기업이 위기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 배상, 과징금 처분이 적극적으로 집행돼야 한다"며 "회사에서 수시로 하도급 불공정 거래 실태를 조사하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공단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와도 연계해 지자체가 하청업체 실태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청업체 선정 과정부터 손질해 부조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하청업체 선정 과정 구조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고 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직업 윤리의식이 낮은 탓이지 아닐까 생각한다"며 "만약 하청업체 선정 과정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졌다면 사라져야 할 부조리 관행이 발붙일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LX하우시스 관계자는 "정도경영팀의 처분 관련 사항은 대외비"라며 "현재 유리 협력사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범LG가인 LX하우시스가 협력사를 향한 갑질 의혹과 하도급 불공정 거래, 성 접대 요구 논란까지 일며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 됐습니다. 국내 창호 시장 1위 업체라는 위상은 원청의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거래 관행 앞에서 무색해졌습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어려울 때일수록 협력사, 하청업체와 어려움을 나눠야 하는데 LX하우시스의 책임과 상생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하방 부담 구조 탓에 협력사와 하청업체가 감내해야 할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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