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LCC 외화리스크)②달러에 묶인 항공 인프라…자립 확대 시급
토종 리스업체 매각·부족한 정비 공급
달러 지출 구조 바꾸기는 어려워
MRO 단지 등 정비 수요 국내 흡수 예상
2025-12-22 06:00:00 2025-12-22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8일 15:3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고환율 장기화로 LCC(저비용항공사)의 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여행 수요 회복에 맞춰 항공기를 대거 늘린 결과, 운영·연료·정비·해외 지점 운영 등 달러 기반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며 환율이 비용 증폭의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해외투자 지속 등으로 달러 강세가 구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LCC의 비용 압박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LCC 업계가 환율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 원인과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높은 환율이 LCC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동일한 달러 액면가라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전 시 비용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달러 지출을 줄이는 것이 비용 감축 방안이 될 수 있지만, 해외의존도가 높은 항공기 인프라 산업(항공기 리스 및 정비) 구조를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에 일부 정비 수요라도 국내로 흡수시키는 방안이 현시점에서 최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인천공항공사)
 
해외 의존적 구조에 환율 충격 취약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 리스 및 정비 시장의 해외 의존도는 높다. 정량적인 수치가 측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항공 인프라 환경이 해외에 비해 척박하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리스사인 크리안자에비에이션은 현재 유럽에 매각됐으며, 자체 정비 능력을 수행할 수 있는 항공사도 대형 항공사(FSC)에 국한된다. 외주 중정비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도 손에 꼽을 정도다.
 
토종 항공기 리스 시장은 척박하다. 항공기 임대를 전부 해외에 의존하는 까닭에 현지 사정에 맞는 계약 조건을 설정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진다. 여기에 달러로 임대료 등 지불이 이뤄지기 때문에 고환율 상황은 부담을 더 가중시킨다. 올해 3분기까지 LCC 리스이자비용 증가율은 적게는 8~9%, 많게는 44%에 달했다. 높은 증가율은 항공기 수 증가에 환율 효과가 더해진 것이 원인이다.
 
항공기 정비 시장 역시 비슷한 사정이다. LCC 항공기는 국내에서 정비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워 해외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역시 결제는 외화로 이뤄진다. LCC 업계는 경쟁적으로 항공기 수를 늘려왔다. 그 가운데 정비는 외주에 주로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항공기 안전이 강조되면서 자체 정비 역량이 강조되는 실정이다.
 
유류비 역시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하 효과가 적다. 환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유류비 대부분은 달러로 결제된다. 원-달러 환율은 12월 현재 1500원에 근접하고 있다. 이에 올 4분기 LCC 실적도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항공기 리스 및 정비 시장은 해외 의존도가 높다. 다만, 오랜 기간 시장이 해외 중심으로 구축돼 온 까닭에 현 구조가 깨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공기 리스 시장이 그렇다. 역사가 길거나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미국, 유럽, 중국, 중동 자본이 항공기 리스 시장을 주도한다. 앞으로도 LCC 업계가 달러 등 외화 지출을 줄이기 어렵다는 의미다. 향후 환율 리스크에 노출되는 정도도 높아질 수 있다.
 
환율 상승 충격은 외환차손과 리스 비용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용이 처음 인식되는 시점과 실제 비용이 지급되는 시점 사이의 환율 상승분만큼 외환차손이 발생한다. 국내 LCC 중에서는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취항한 티웨이항공의 외환차손 증가폭이 컸다. 올해 3분기 티웨이항공(091810)의 외환차손은 19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41억원)보다 41% 증가했다.
 
 
정비 산업 육성 등 생태계 확장 추진
 
달러 기반의 항공산업 구조를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구조가 유지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비 영역을 중심으로 달러 지출을 조금씩 줄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게다가 LCC 중정비 수요가 국내로 일부 흡수될 경우 정비를 위해 이동하는 기간 등을 단축할 수 있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LCC업계의 정비 비용은 매년 커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외에 지불된 LCC 정비비용은 2019년 3072억원에서 지난해 5027억원으로 2000억원 가까이 뛰었다. 업계에 따르면 LCC 등 항공기 정비 수요의 70%는 해외에 의존 중이다. 환율에 따른 비용 증가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일부 LCC는 중정비 역량 확보에 나섰다. 올해 소노그룹에 편입된 티웨이항공은 그룹 차원의 지원이 대거 들어오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8월 1100억원의 유상증자 후 이번 12월 100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결의해 자본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내년 3월부터 2027년 말까지 총 1523억원을 들여 자체 정비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자체 정비 역량을 확보할 경우 정비 기간이 단축돼 항공기 가동률이 높아지고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현재 인천공항 내 MRO 단지를 조성 중이다. 해외로 나가는 LCC 정비 수요를 국내로 유도해 관련 인프라 산업을 키운다는 것이 목적이다. 더불어 항공사의 매출 및 수익성 개선 효과도 일부 볼 수 있다.
 
한편 국내 외주 항공기 정비업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주 항공기 정비업체의 생산능력을 높이면 LCC의 수요도 국내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국내 외주 정비 업체는 KAI(한국항공우주(047810)) 산하의 KAEMS(캠스)와 샤프테크닉스케이가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 항공기 정비 산업이 커져서 항공기 정비 수요 일부를 흡수한다면 LCC 입장에서 외화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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