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비상’…장기화시 중동 리스크 ‘우려’
현지 인명피해 없어…재계 “인력보호 최선”
이란 제재로 진출 ‘미미’…직접 여파 제한적
유가·물류 등 상승…전면전 시 ‘타격’ 불가피
2026-03-02 10:52:55 2026-03-02 10:52:55
[뉴스토마토 배덕훈·안정훈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이란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하는 등 중동지역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자 현지에 진출 중인 한국기업들이 긴급 대응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현지 인력 보호를 최우선으로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공습 여파에 따른 사업 리스크 점검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이후 한국기업의 직접적 투자와 진출이 제한적인 상황으로 이번 공습에 따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사태 장기화시 유가·물류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며 두바이행 노선 등이 결항한 가운데 1일 인천공항에서 외국인들이 관련 뉴스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란과 이스라엘 등 폭격 대상지역을 비롯해 중동에서 근무하는 현지 주재원들의 피해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들 지역에 진출한 전자와 건설방산 등 한국 기업들은 직원 보호를 최우선으로 각종 안전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란에 일부 주재원이 근무 중인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란 주재원을 포함해 중동 주재원들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직원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계속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LG전자도 중동 지역 직원들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란에 파견돼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 1명은 지난주 출국했고, 이스라엘 지점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및 가족들은 대사관 가이드에 맞춰 대피한다는 계획입니다. LG전자는 이외 중동 지역 국가에 근무 중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 유의 사항을 안내하고 이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에서 방산·금융·기계 분야의 수출 및 현지 사업을 진행 중인 한화그룹도 임직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현지 체류 중인 한화 임직원은 123(가족 포함 172)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중동 현지의 임직원들의 안전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하고 철저한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란과 직접적 사업 관련성이 없는 현대차그룹은, 인근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지역 첫 생산거점을 가동할 예정인 까닭에 상황 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합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생산법인(HMMME)을 올해 4분기 완공하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혼류 생산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란에 사업을 직접 영위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우디에 공장을 건립 중이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화그룹,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 (사진=연합뉴스)
 
장기화시 정유·물류 타격 불가피
 
이번 공습 사태로 인한 한국기업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이후 한국기업의 진출이 많지 않은 까닭입니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가 발간한 ‘2025 이란 진출전략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에는 27곳의 한국 기업이 진출했지만 2025년 기준 삼성전자(지사), LG전자(연락사무소), DL E&C(지사) 4곳의 기업만 잔류하고 있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미 이란이 제재를 받고 있었던 상황에서 직접적인 교류는 매우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번 공습이 다른 국가로 확전되지 않는 이상 중동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의 투자 등 직접적인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정세 격랑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중동 지역 전반으로 이어질 경우 스마트폰·TV·가전 시장 타격 가능성은 적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동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견고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세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수요 둔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입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지만 장기적으로 수요 둔화를 부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갤럭시S26을 공개하고 사전 예약에 돌입했지만, 정세 불안이 중동 시장 초기 판매 흐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현지에서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도 불확실성에 직면한 모습입니다. 삼성전자는 사우디의 네옴시티·미스크시티 등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LG전자는 중동 최대 규모로 추진되는 ‘넷제로(Net Zero) 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HVAC)을 공급하는 등 정부 주도 개발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는 업계 대부분 비슷한 맥락”이라며 “장기적으로 금리나 유가에도 영향을 주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류비 상승 등 간접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무역협회는 1일 긴급 수출입 물류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세계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해상 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1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이란 사태’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부도 관계부처와 2차례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긴급 점검에 착수했습니다. 당장의 이란 사태는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은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도입 원유의 7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한 까닭입니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 태세를 점검하는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발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계속됐는데, 이번 이란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정유·물류 등의 타격이 예상되면서 복합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배덕훈·안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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