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8일 이후 이란 정부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전국적인 인터넷 서비스 차단을 단행했습니다. 이 조치로 약 9200만명에 이르는 이란 국민의 인터넷과 모바일 데이터 접근이 크게 제한됐습니다. 봉쇄는 단순한 접속 차단을 넘어, 일부 기관과 특정 계층만 외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일반 시민은 제한된 정보만 이용하도록 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인터넷’ 형태의 국가 통제 구조로 확장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인 접속이 가능해졌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서비스는 여전히 불안정합니다. 구글(Google), 빙(Bing) 등 일부 검색 서비스 접속 사례가 보고됐으나, 소셜 미디어와 주요 메신저는 차단된 상태입니다. 접속이 허용된 경우에도 강한 필터링과 감시, 속도 저하, 지역과 시간대에 따른 제한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이란 테헤란에서 주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와 폭력 진압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의 인터넷 차단으로 그 참상의 극히 일부만 외부 세계에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통신 인프라 대부분 국가 통제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조치를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상 통신망뿐 아니라 위성 인터넷 서비스까지 차단하려 시도하며, 전파 방해 장비와 단속을 동원해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전 세계의 수많은 네트워크가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선을 끊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이란처럼 통신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국가가 통제하는 환경에서는 기술적 차단이 효과적으로 이뤄집니다. 국제 트래픽이 소수의 관문을 통과하는 구조를 이용해, 국가가 해당 지점을 통제하면 외부와의 연결을 크게 제한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식은 국제 인터넷으로 향하는 BGP(Border Gateway Protocol) 라우팅 경로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여전히 가정이나 기지국 같은 로컬 네트워크에는 연결돼 있지만, 그 연결이 세계와 이어지지 않아 사실상 고립된 내부망, 즉 인트라넷에 머물게 됩니다.
여기에 도메인 네이밍 시스템(DNS) 조작과 특정 IP 주소 차단이 더해집니다. 사용자가 웹사이트 주소를 입력하더라도 해당 서버를 찾지 못하거나 잘못된 응답을 받게 되며, 실제로 존재하는 사이트에 접근하려 해도 연결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또 통신 속도를 의도적으로 극단적으로 낮추는 ‘스로틀링(throttling)’ 기법을 활용하면, 명목상 인터넷은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영상과 이미지의 유통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이 방식은 전면 차단보다 덜 눈에 띄면서도 정보 확산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인터넷이 완전히 차단된 것처럼 보였지만, 시위 현장의 사진과 영상은 외부 세계로 계속 전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 기술적 우회 경로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입니다. 지상 통신망과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 덕분에, 일부 시민과 활동가들은 단말기를 통해 외부와 연결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전파 방해와 단말기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위성 기반 통신은 지상망 통제와는 다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경로는 사이폰(Psiphon), 랜턴(Lantern), 스노플레이크(Snowflake) 같은 검열 우회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들 도구는 암호화와 분산 경로를 활용해 차단된 환경에서도 외부 서버와의 연결을 시도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특정 방식이 차단되면 다른 경로로 전환하는 구조 덕분에 완전한 통제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위성 방송 신호를 활용하는 투셰(Toosheh) 같은 방식도 존재합니다. 이 시스템은 위성 TV 신호에 데이터를 함께 실어 보내고, 사용자는 접시 안테나와 DVB-S 수신기, 그리고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 같은 소형 컴퓨터를 이용해 이를 파일 형태로 저장한 뒤 브라우저로 열람하는 방식입니다. 실시간 접속은 아니지만, 인터넷이 끊긴 상황에서도 뉴스와 위키, 교육 자료 같은 정보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망인 스타링크는 인터넷 차단 상황에서 시위 소식을 외부로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진은 스타링크 단말기 안테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보 통제와 정보 탈출
이란의 사례는 국가가 기술적으로 인터넷을 얼마나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위성 통신과 암호화 기반 도구, 데이터 방송 같은 기술이 그러한 통제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모습도 드러냅니다. 통제는 중앙에서 이루어지지만, 우회는 분산된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인터넷 봉쇄는 물리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정보의 흐름까지 완전히 막는 일은 훨씬 어렵습니다. 기술은 차단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우회 경로를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디지털 봉쇄는 오늘날 정보 사회에서 통제와 자유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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