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구조적 위기에 놓인 한국 게임산업의 활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진흥책이라는 업계 제언이 나왔습니다.
최승훈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8일 <뉴스토마토>와 김성회·모경종 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2025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NGF 2025)'에서 '도전하는 한국 게임산업,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강연했습니다.
한국 게임산업은 내수의 한계를 뚫고 게임 선진국 못지않은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게임 이용자가 수억 명에 달하는 게임 대국에 비해 한참 적은 3400만명 규모 내수 시장에서 게임 제작 기반을 세웠습니다. 비결은 내수 시장에서의 BM(수익모델) 고도화와 성공적인 해외 진출입니다.
최승훈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2025 뉴스토마토 게임 포럼(NGF 2025)'에서 '도전하는 한국 게임산업,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 국장은 "한국 게임 시장의 만성적인 공급 과잉과 시장 포화가 위기로 발전하지 않은 이유는 매출 대비 높은 수출 때문"이라며 "최근 5년간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50%에 육박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게임은 일시적 침체를 넘어 '구조적 정체기'에 놓였다는 게 최 국장의 진단입니다. 한국 게임 매출 증가율은 2020년 21.3%에서 2023년 3.5%로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주요 게임사 합산 영업이익은 3조8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최 국장은 "옛날에는 한국 게임산업이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중저가 제품을 만들어 공략했는데, 지금은 유럽·북미·일본에서 고부가가치 게임으로 메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그런데 주요 게임사 영업이익 하락으로 게임사들이 점점 이 시장에 도전하길 주저하고 내수에 집착하게 만드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 이용률은 같은 기간 70.5%에서 62.9%로 줄었습니다. 주요 게임사 CEO 평균 연령이 52.4세로 고령화되는 점도 역량 경쟁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최 국장은 한국 게임의 구조적 정체 원인으로 △확률형 아이템 의존과 신규 IP 개발 부진 △모바일 게임 내수 시장 성장 둔화 △경영진 노령화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 감소 △게임사 간 양극화 심화 △인건비·제작비 상승에 따른 제작 경쟁력 저하 등을 꼽았습니다.
최승훈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사진=뉴스토마토)
활로는 패키지 게임향 플랫폼·장르 다각화입니다. 생성형 AI 도입 등 기술혁신을 통한 비용 효율화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구조적 위기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최 국장 진단입니다. 콘솔패키지 게임은 해외 게임사들과의 AAA급 대작 경쟁이 힘겹습니다. 모바일 게임보다 높은 품질과 치솟은 개발비, 긴 개발 기간도 부담 요인입니다. 캐주얼·서브컬처·방치형 게임은 이미 해외에서 장르를 선점했습니다. 핵심 역량을 유지하며 AI로 비용 효율화를 달성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관건은 이재명정부의 공감과 의지입니다. 최 국장은 "중국은 따라오고 새 시장에 도전하기 어렵고 기술혁신을 동시에 이뤄야 했던 1990년대 상황에 몰려 있다"며 "한국 제조업이 그런 상황에 놓였을 때 '기업이 잘하면 되지 정책이 왜 필요하냐'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최 국장은 정부가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파격적 수출 지원 정책을 세우고 △세액공제·모태펀드 등 게임 제작 기반 강화 △탄력·재량 근로제와 게임 분야 병역 특례 확대로 위기 극복을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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