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요시다 슈헤이 전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대표가 한국이 K컬처를 활용한 차별화로 세계 콘솔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요시다 전 대표는 6일 판교에서 열린 '2025년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지금 세계는 여러분에게 주목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수준 높은 게임이 나올 것으로 업계와 유저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시다 슈헤이 전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 대표가 6일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에서 열린 제1회 '콘솔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콘솔게임의 특징과 한국 인디게임계에 대한 제언-요시다 슈헤이가 말하다'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그래픽 아닌 새로운 플레이 제시해야"
요시다 전 대표는 "나만이 잘 하는 것 하나를 발견하거나 내가 가진 문화에 자긍심을 갖고 활용하는 것, 그로써 다른 나라 개발자가 따라올 수 없는 게임을 만들면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분야에 조예가 깊다면 그 지식을 계속 파고들어 니치한(틈새 시장향) 내용이라도 그 지혜를 활용하면 전 세계 팬을 모으고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요시다 전 대표는 플레이스테이션(PS) 생태계를 30년 넘게 키운 인물입니다. 1986년 소니에 입사해 1993년부터 오리지널 PS 개발과 서드파티 관계를 담당했습니다. 미국에서 '언차티드'·'더 라스트 오브 어스'·'갓 오브 워' 등 소니 대표 프랜차이즈를 키웠고 2019년부터 인디 이니셔티브 책임자로 활동했습니다. 올해 1월 SIE를 퇴사해 3월 컨설팅 회사 와이오에스피(Yosp)를 세웠습니다.
콘솔의 특징은 TV에 연결하면 설치가 끝나는 접근성과 개발자·게이머가 같은 하드웨어를 쓴다는 편의성입니다. SIE 같은 플랫폼사가 품질을 관리해 디스크 설치 오류도 막습니다. 폐쇄된 시스템이어서 다른 플랫폼에 비해 해킹 위험이 낮습니다. 동일 하드웨어를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배포하고 게임 출시 기반을 마련합니다.
하지만 PC·모바일·콘솔 크로스플레이 시대가 도래했고 반도체 가격도 싸지 않습니다. 값싼 콘솔의 시대는 PS5에서 끝났습니다. 고품질 그래픽은 더이상 차별화 요소도 아닙니다. AI 시대로 개발 환경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요시다 전 대표는 지혜로운 AI 활용과 신선한 아이디어, 적극적인 홍보 전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플레이어가 여기(한 장소에) 있으면 '이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느냐'고 조언 하는 식으로, 마치 개발자가 전 과정에 있는 것처럼 AI가 서포트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습니다.
게임 제작 도구의 보편화와 아시아·서구권 외 지역에서의 인디게임 부흥 가능성도 시장에 활력을 줄 전망입니다.
요시다 전 대표는 "그래픽만 진화해선 안 되고 새로운 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성공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다"며 "유튜브와 트위치로 게임 플레이를 보는 즐거움도 있고 소셜 미디어에서 팬들이 모이는 등 새로운 형태로 즐기는 방법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자료 접근성 향상과 해외 게임사 협업 기회를 늘리기 위해 영어 공부가 중요하며 SNS로 게임 개발 과정을 공개해 사업 기회를 늘리라는 충고도 덧붙였습니다.
요시다 슈헤이 전 SIE 대표가 강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잃을 것 없이 도전할 수 있게 해야"
이어진 기자회견에선 한국 콘솔·인디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요시다 전 대표는 "과거 지스타에 방문했을 때 대부분 키보드와 스마트폰을 쓰는 게임 전시여서 지스타에 갈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콘솔 게임이 발전했고 시장도 커지면서 앞으로 방문할 기회가 많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와 K팝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 일본에서 인기 없을리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짝이는 기획력으로 승부를 내는 인디 게임은 콘텐츠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데요. 요시다 전 대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의 생활비 지원과 사업 교육, 펀딩에 이르는 지원을 하는 호주를 모범 사례로 꼽았습니다. 그는 "재밌는 아이디어를 내는 건 누구나 가능하지만 이걸 실현하는 건 매우 힘들다"며 "젊은 개발자들이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큰 도전을 해볼 수 있는 환경에서 많은 개발자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큰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시다 전 대표는 넥슨 사례를 들었는데요. '데이브 더 다이버'를 만든 민트로켓의 창의성 관련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게 성공 비결이었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그는 "큰 기업은 작은 게임에 투자해 퍼블리싱하는 게 굉장히 좋은 흐름"이라며 "개발자 입장에서도 대기업에 손 빌리는 환경이 좋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기대를 갖고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차기 콘솔의 비전에 대한 의견도 밝혔습니다. 1994년 발매된 오리지널 플레이스테이션은 게임기 뿐 아니라 CD를 활용하는 멀티미디어 기기라는 정체성을 가졌습니다. 이후 DVD와 블루레이 시대로 넘어가며 PS4까지 첨단 광매체 하드웨어의 지위를 누렸는데요. PS6 등 차세대 콘솔은 어떤 정체성을 만들 수 있을지 물었습니다.
요시다 전 대표는 "네트워크를 통해 TV에서 영상을 재생할 수 있기에 앞으로 PS가 게임 외에 특별한 기능이 추가될 거라고 생각하기 어렵다"면서도 "PS가 새로운 유저를 얻기 위해 비용을 들여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은 좋지 않은 방향성"이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PS 하드웨어 팀은 굉장히 우수하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지 못한 추가 기능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솔 게임 진흥 사업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콘솔 게임 개발을 주제로 열리는 컨퍼런스는 이번이 최초입니다. 7일에는 오카모토 요시키 전 캡콤 전무이사가 '한국 콘솔 게임 업계의 현재 상황에 대한 과제와 성장의 길'을 주제로 기조 강연합니다. 오카모토 전 전무는 '스트리트 파이터2'와 일본 국민게임 '몬스터 스트라이크'의 아버지라 불리며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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