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반려견은 가족"…동물은 언제까지 물건?
2025-07-04 14:45:08 2025-07-04 15:41:05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개 물림 사고로 반려견이 크게 다치고 주인 A씨까지 부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공격한 개의 주인이 A씨와 반려견의 치료비와 위자료를 물어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6월27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펫앤모어 인천 반려동물 박람회 사진업체 부스에서 반려견들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를 도와 소송을 수행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의 반려견은 옆집에서 키우던 개에게 공격당해 심하게 다쳐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비는 80만원이 들었고, 이를 말리던 A씨도 다쳐서 치료비 3만원이 들었습니다. 공단은 재판에서 A씨가 가족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반려견과 육체적·정신적 교감을 나눠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A씨에게 반려견은 단순한 재산이 아닌 가족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치료비 83만원과 위자료 200만원을 모두 인정한 겁니다. 
 
최근 해병대 소속 현역 군인 2명이 식당에서 기르던 개 네 마리에게 비비탄총을 발사해 한 마리가 죽고 세 마리가 다친 사건이 보도되며 공분을 샀습니다. 이 밖에도 길고양이에게 가하는 엽기적인 학대 행위와 같은 동물에 대한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 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건전하고 책임 있는 사육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생명 존중의 국민 정서를 기르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법에서 말하는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 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을 말합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동물 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제10조에 금지되는 행위를 자세하게 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해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고, 죽음에 이르지 않더라도 학대로 규정된 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동물의 생명 등을 보호하는 법이 1991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일상생활의 근간이 되는 민법에 따르면 여전히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민사집행법에 따라 압류도 가능해 주인에게 압박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위 사건과 같이 반려견이 다쳐 반려견의 교환가치 이상으로 치료비가 들었다면 손해의 인정 범위가 문제됩니다. 피해자 측은 쪽은 반려견의 치료비 전부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반면, 가해자 측은 반려견은 물건에 해당하므로 반려견의 교환가치 이상의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해 소유물이 훼손됐을 때의 손해액은 수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그 수리비가 되고, 만일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교환가치의 감소액이 그 통상의 손해액이 된다고 봅니다. 다만 교환 가격보다 높은 수리비를 지출하고도 수리하는 것이 사회 통념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을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그 수리비 전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반려견의 특수성을 인정해 반려견은 소유자가 정신적인 유대와 애정을 나누는 대상일 뿐 아니라 생명을 지닌 동물로서 반려견에게 상해가 발생하면 보통의 물건과 달리 그 교환 가격보다 높은 치료비를 지출하고도 치료를 할 수 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하급심 판결이 많이 보입니다. 더불어 불법행위로 인해 반려견의 주인이 받았을 정신적 손해까지 어느 정도 인정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반려견의 나이, 분양 가격 및 치료 내역, 반려견을 기른 기간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반려견 소유자가 그 내용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동물 전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현실을 사법부가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2024년에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도 제정돼 일부 시행되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왔던 개의 식용이 2027년 2월7일부터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겁니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의 민법상 지위는 물건에 불과하다는 점이 동물의 권리 향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물을 민법상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한다고 당장 많은 것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에 따른 후속적인 입법 개선이 이뤄져야 하고 일부에서는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언적 의미의 법 개정이라도 후속 조치로 여러 제도가 변화한다면, 그에 따라 동물 학대가 줄어드는 등 효과는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정말 민법이나 민사집행법 등의 개정이 이뤄져야 할 때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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