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대법원에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토지의 일부가 수용되고 남은 잔여지의 가격이 하락한 경우, 수용된 토지와 잔여지의 가격이 다르다면 구분해 잔여지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해당 사건은 서울 강남구 대모산 일대에 도시자연공원 조성을 위한 사업이 진행되면서 2021년경 원고 소유 토지 중 일부가 수용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원고가 수용되고 남은 잔여지의 가격이 감소했다는 이유로 강남구를 상대로 손실보상을 청구했습니다. 수용된 토지는 이용 상황이 ‘임야’나 ‘전’인 개발제한구역 내의 토지 혹은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토지로 구성돼 있고, 잔여지는 전부 이용 상황이 ‘임야’인 개발제한구역 내의 토지로 수용된 토지와 잔여지의 현황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토지보상법 제73조는 동일한 소유자에 속하는 일단의 토지의 일부가 취득되거나 사용됨으로 인해 잔여지의 가격이 감소하거나 그 밖의 손실이 있을 때 등에는 사업 시행자가 소유자에게 손실을 보상하도록 합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보상해야 할 손실에는 토지 일부의 취득 또는 사용으로 인해 그 획지 조건이나 접근 조건 등의 가격 형성 요인이 변동됨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뿐만 아니라 그 취득 또는 사용 목적 사업의 시행으로 설치되는 시설의 형태·구조·사용 등에 기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수용 재결 당시의 현실적 이용 상황의 변경 외 장래의 이용 가능성이나 거래의 용이성 등에 의한 사용 가치 및 교환 가치상의 하락 모두가 포함된다고 봅니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32조 제1항은 잔여지의 손실을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기 전의 잔여지의 가격(당해 토지가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됨으로 인해 잔여지의 가격이 변동된 경우에는 변동되기 전의 가격)에서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된 후의 잔여지의 가격을 뺀 금액으로 평가하도록 정합니다. 이러한 경우 일단의 토지 전체를 1필지로 보고 토지 특성을 조사해 그 전체에 대해 단일한 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제1심은 이러한 법리를 언급하면서도 이 사건에서는 예외적으로 편입 전 전체 토지의 가격에서 수용된 토지의 가격을 제외한 나머지를 이 사건 잔여지의 편입 전 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토지보상법의 목적이 토지 소유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초과 이익을 용인하는 것은 아닌 점, 이 사건의 경우 잔여지는 이용 현황이 전부 자연림이어서 전체 토지의 단가를 기준으로 산정해 보상하도록 하면 과잉 보상의 문제가 생기는 결과가 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잔여지 손실보상금을 3500만원가량만 인정한 겁니다.
제2심은 위 법리를 바탕으로 수용된 토지와 잔여지 전체의 가격을 모두 합산한 금액을 토지 전체 면적으로 나눠 단위 면적당 가격을 산정했습니다. 이 단위 면적당 가격에 잔여지의 면적을 곱한 가격을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기 전의 잔여지 가격으로 인정한 겁니다. 그 가격에서 잔여지만 남게 되는 상태의 잔여지 평가액을 공제한 9억7500만원가량을 잔여지 가격 감소 손실보상금으로 인정했습니다.
대법원도 위 법리는 긍정했습니다. 하지만 일단의 토지가 현실적 이용 상황이나 용도 지역 등 공법상 제한을 달리해 가치가 명확히 구분되는 부분으로 구성된 경우에는 현실적 이용 상황 또는 용도 지역 등이 다른 부분별로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된 토지와 잔여지의 가치가 다름이 분명한데도, 편입된 토지와 잔여지의 가격을 모두 합산한 금액을 일단의 토지 전체 면적으로 나누어 산정된 단위 면적당 가격에 잔여지의 면적을 곱하여 산출한 가격을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기 전의 잔여지의 가격’으로 인정할 경우, 잔여지와 가치를 달리하는 편입된 토지의 가치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되기 전의 잔여지 가격’을 일단의 토지 전체의 단위 면적당 단가에 잔여지의 면적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해서는 안 되고, 일단의 토지 전부가 공익사업시행지구로 편입되는 경우를 상정하되, 일단의 토지 전체의 가격에서 공익사업시행지구에 편입된 토지의 가격을 빼는 방식 등으로 산정해, 앞서 지적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는 협의를 통해 취득하거나 수용에 의해 취득하게 됩니다. 토지보상법은 이러한 경우 손실을 보상하는 방법을 규정해 공익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국민의 재산권을 적정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익사업의 사업 시행자는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게 되므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공익사업을 이용해 토지 소유자가 초과 이익을 취하면 사업 시행자가 과도한 부담을 지게 되므로 형평의 관점에서 보상금이 산정돼야 할 것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토지의 구체적인 현황에 따라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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