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폭행 말렸는데 '공동폭행'이라고'?…대응책은?
2025-06-16 14:42:10 2025-06-16 14:42:1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버스에서 80대 노인을 폭행하던 20대 남성 A씨를 말린 B씨가 폭행을 당하던 노인과 함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폭행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A씨와 노인이 언쟁을 벌이던 중 A씨가 노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보고 B씨가 싸움을 말리면서 벌어졌습니다. B씨는 A씨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고, 노인은 전치 6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입원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B씨가 A씨와 싸우는 것을 말리기 위해 A씨의 다리를 잡았는데 이로 인하여 노인과 B씨가 함께 A씨를 공동폭행한 혐의로 처벌받게 된 겁니다.
 
대법원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이 사건과 유사하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건이 자주 보입니다. 다른 사람의 싸움에 끼어들었다가 말리던 사람까지 다치고 처벌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상황에는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싸움이 일어난 경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면서 반격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폭행죄는 쉽게 인정됩니다. 폭행죄에서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하는데 사람의 신체를 향해 행해진 유형력의 행사라면 반드시 신체에 접촉하지 않아도 인정됩니다. 피해자에게 불법적인 유형력을 행사해서 오관에 직접 작용해 고통을 줄만한 것이라면 폭행에 해당하는 겁니다. 따라서 싸움 중에 발생한 유형력의 행사는 거의 폭행에 해당하게 됩니다.
 
모르는 사람이 폭행당하는 것을 말리다 피해자와 함께 가해자에게 유형력을 행사하면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폭행 혐의를 받기도 합니다. 폭력행위처벌법 제2조 제2항은 2명 이상이 공동해 폭행죄를 범한 경우 폭행죄에서 정한 형의 2분의1까지 가중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명 이상의 사람 사이에 공범관계가 존재하고 동일 장소에서 동일 기회에 상호 다른 사람의 범행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폭행의 범행을 하면 성립하게 됩니다.
 
위 사건의 경우 B씨가 A씨를 말리기 시작한 후 두 사람이 싸우자 노인이 싸움을 말리기 위해 A씨를 붙잡은 행위가 B씨와 노인의 공동폭행 행위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B씨가 A씨의 폭행을 말리기 위해 유형력을 행사하던 중 노인이 A씨를 말린 것이 공동폭행에 해당하는지에 의문이 생깁니다. 공동폭행의 성립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보입니다.
 
범죄로 정해진 행위가 전체 법질서에 비춰볼 때 허용되지 않는 경우 위법성이 인정됩니다. 어떤 행위가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면 정당화되는데 이를 위법성조각사유라고 합니다.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 대표적인 위법성조각사유입니다. 하지만 싸움이 벌어진 상황에서는 정당방위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침해는 급박한 상태에 있거나 바로 발생해 아직 계속되고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침해는 객관적으로 법질서 전체에 반하는 일반적인 위법행위를 말합니다.
 
또한 정당방위상황에 대한 인식을 넘어 방위행위를 실현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 행위여야 합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방위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 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상호투쟁 중에 이뤄진 구타행위는 서로 상대방의 폭력행위를 유발한 것이므로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방위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방위에 필요한 한도 내의 행위로서 사회윤리에 위배되지 않는 상당성 있는 행위임을 요한다고 보면서, 그 상당성 여부는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해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상대방의 일방적인 위법한 공격에 대해 소극적 방어행위를 한 경우라면 정당방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결도 있지만 여전히 정당방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피해자도 처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현실과 괴리가 큰 부분입니다. 이른바 '묻지마 폭행'에 대항하다 가해자를 다치게 하거나 도와주는 사람과 함께 가해자를 밀치는 등의 행위를 해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겁니다.
 
억울한 처벌을 막기 위해 늘어난 폐쇄회로TV(CCTV)나 휴대전화 동영상 등을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확보해 싸움의 경위를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위 사건과 같이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해 유형력을 행사한 사안이라면 더욱 정당방위의 성립 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수사기관은 범죄를 밝히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진실을 밝혀 억울한 전과자를 만들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영상을 촬영해 증거자료를 제공하고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면 남을 돕고도 억울하게 전과자가 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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