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스포츠패스' 도입…사실상 구독료 인상?
매달 9900원 '추가 지불' 해야 스포츠 OTT 시청 가능
2025-06-16 15:38:47 2025-06-16 17:59:1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스포츠 콘텐츠 전용 요금제인 '스포츠패스'의 운영에 돌입한 것과 관련해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수 있게 돼 일견 선택의 폭이 확대돼 보이지만, 문제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상 충성 고객들을 볼모로 한 구독료 인상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됩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이달 15일부터 매달 9900원의 구독료가 책정된 스포츠패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쿠팡 스포츠패스에 가입하면 각종 국제축구연맹(FIFA) 시합,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 주요 유럽 축구 리그, 미국프로농구(NBA), 미식축구리그(NFL), 포뮬러1(F1) 등 다양한 세계 스포츠 경기들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프로야구(KBO),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경기 등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일단 쿠팡플레이가 좀처럼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종목들의 중계권까지 광범위하게 확보한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OTT 시장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는 추세"라며 "쿠팡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표준화된 서비스뿐만 아니라, '딥 다이브' 전략을 통해 세밀하고 심도 있는 구독 콘텐츠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스포츠패스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이번 서비스가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쿠팡 와우'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까닭이죠.
 
그간 소비자가 쿠팡의 유료 서비스 가입자인 쿠팡 와우 멤버십을 가입하면 쿠팡플레이 전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멤버십 요금 월 4990원이면 스포츠는 물론 다양한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 시청이 가능했습니다. 또 지난해 4월 쿠팡이 와우 멤버십 요금을 7890원으로 50% 이상 인상했을 때에도 다소 잡음은 있었지만, 콘텐츠의 양적·질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소비자들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쿠팡의 이번 조치로 소비자는 쿠팡플레이를 통해 스포츠를 시청하려면 월 9900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 스포츠패스는 별도 가입이 불가능하고 반드시 쿠팡 와우를 먼저 가입한 상태에서 확장팩 개념으로 추가 가입해야 합니다. 즉 쿠팡 와우 멤버십 요금 7890원에 스포츠패스 9900원을 더해 매달 1만7790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죠. 이는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OTT 중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월 1만7000원의 넷플릭스 '프리미엄 요금제'보다도 비쌉니다.
 
쿠팡플레이를 통해 스포츠 중계를 봤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요금을 2배 이상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사실상의 구독료 인상인 셈이죠. OTT 시청 선택권도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영화, 드라마에는 관심이 없고 손흥민 경기만 보고 싶은 스포츠 골수 팬도 1만7790원을 오롯이 지불해야 합니다.
 
충성 고객을 이용한 한 꼼수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합리적인 가격의 콘텐츠를 내세워 고객을 유인하는 '록 인(Lock-In)'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고, 충성 고객이 늘어나면 이를 일거에 뒤집는 방식은 빠른 속도로 시장을 독점하려는 해외 기업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패턴"이라며 "아마도 예상보다 고객 이탈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 같은 요금제를 적용했다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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