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뒷광고 논란에 관한 기사에 댓글을 달아 고소됐다면 어떻게 될까요. 헌법재판소는 뒷광고로 논란이 된 연예인 관련 기사에 댓글을 게시한 A씨가 모욕 피의사실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기소유예 처분 취소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헌재는 A씨의 행위가 모욕에 해당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겁니다.
김형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5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김 권한대행, 정형식, 조한창 헌법재판관.(사진=뉴시스)
A씨는 뒷광고 논란이 있었던 연예인이 1년 만에 유튜브를 재개한다는 기사를 보고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너무 대놓고 사기 쳤는데 뭘’이라는 댓글을 게시했습니다. 해당 연예인은 자신에게 악의적인 댓글을 게시한 사람들을 고소했고, A씨도 모욕 피의사실로 조사를 받은 후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검사는 모욕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면서도 재판에 넘길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습니다. 이에 A씨는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자신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헌재는 A씨가 게시한 댓글이 당시 게시판 및 전후의 상황이나 전체적인 맥락에 비춰보면, 해당 연예인의 과거 간접광고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또는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경미한 수준의 추상적 표현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연예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당시 게시판을 이용하는 상당수 사람들이 A씨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댓글을 게시한 점 △A씨가 다른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점 △표현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은 점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해 언급한 것이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만약 A씨의 댓글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헌재는 검사가 A씨에게 한 기소유예 처분에 중대한 법리오해 내지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를 취소한 겁니다.
대법원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봅니다. 어떤 언동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더라도 그 언동의 동기나 경위 및 배경, 전체적인 취지, 구체적 표현 방법, 전제된 사실의 논리적·객관적 타당성, 모욕적 표현이 그 언동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전체적인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고려해 판단합니다. 그 언동이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실을 전제로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가 취한 태도 등이 합당한 지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겁니다.
형사소송법 제247조는 검사가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115조 제3항 제1호는 불기소처분의 하나인 기소유예를 피의사실이 인정되나 형법 제51조 각호의 사항을 참작해 소추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기소유예 처분만으로는 피의사실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확정력이나 유죄판결과 같은 효력이 부여되지는 않습니다.
헌재도 기소유예 처분은 공소제기를 하지 않고 수사절차를 종결한다는 점에서 피의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피의자가 범죄혐의를 다투고 있고, 공소를 제기하기에 충분한 범죄혐의가 없거나, 소송조건이 구비돼 있지 않아 협의의 불기소처분으로 수사절차를 종결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검사가 자의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경우 헌재는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음을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으로써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검찰청법 소정의 항고 및 재항고는 그 피의사건의 고소인 또는 고발인만이 할 수 있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범죄혐의를 부인하면서 무고함을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 검찰청법이나 다른 법률에 이에 대한 권리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경우 보충성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헌재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범죄혐의사실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면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불복절차를 마련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이 불가피하고, 우리 헌법이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 사후통제 등에 관해 직접적인 규정을 두거나 검사의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방법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어떤 방법으로 어느 범위에서 그 남용을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 역시 기본적으로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봅니다. 따라서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불복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법률을 제정할 입법의무는 없다는 겁니다.
본인은 무죄라고 생각하는데 죄가 인정된다는 의미를 담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면 억울할 수 있고, 추후 다른 혐의로 수사나 재판을 받게 된다면 실질적인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통해 억울한 점을 증명해 기소유예 처분 취소 청구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헌법소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거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으면 각하되는 등 청구가 적법해야 하므로 그 적법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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