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부른 '비법조인 대법관' 법안…사법제도 개선방안은?
2025-05-26 16:11:20 2025-05-26 16:11:2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대법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사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사법부를 압박하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특히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명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3일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으며, 개정안엔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을 100명으로 증원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이재명 후보는 이런 논의들이 민주당이나 본인의 입장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또 26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과 대법관을 100명으로 증원하는 개정안을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의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관 증원의 필요성은 이미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대법관 1인이 연간 검토해야 할 사건이 30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건을 검토해야 한다면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기 어려워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보장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법관 증원을 통해 대법관이 더 심도 있게 사건을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법조인이 대법관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다양한 계층의 권리가 공정하게 보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는 법안은 대법원의 재판은 법률심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법률심은 하급심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령의 해석 및 적용의 측면에서 심사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오랜 기간 법조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갖춘 법조인들이 여러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통일된 법령의 해석과 적용이 이뤄질 수 있고 재판에 대한 신뢰가 지켜질 것입니다.
 
대법원의 부담을 줄이려면 사실심인 하급심이 더 충실하게 이뤄져 당사자가 결과에 승복하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이 역시 하급심 판사의 대폭 증원이 필요합니다. 각 법관이 처리하는 사건 수를 줄여 더 충실한 검토를 하고 집중적으로 심리를 해 재판 지연도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 볼 문제입니다. 이 제도는 미국 민사소송절차에서 이용되는데,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사실관계 등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소송당사자가 상대방이 소지하고 있는 서류나 물건 등을 제출받아 검토할 수 있는 서류 등의 제출 요구권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쟁점을 명확히 정리하면 소송절차가 간소화되고 판사는 정식재판 절차를 충실히 운영하고 더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손해배상액의 현실적인 책정도 필요합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면 불법행위와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고 손해액의 산정도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가해자가 버티면 그 증거를 재판에 현출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법제하에서는 사안의 성질상 손해의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경우 변론 전체의 취지 등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이에 부합하는 경우라도 그 손해배상액을 현실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 민사소송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논란이 된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의 대안으로 배심제나 참심제를 통한 국민의 사법 참여방안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필요도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되고 약 18년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이 직접 사법절차에 참여해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사법절차가 진행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판결을 통해 재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사법제도 개선은 필연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고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가능합니다. 하지만 2025년 사법부 예산은 전체 국가 예산의 0.34%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법부의 역할에 비해 투입되는 예산은 초라한 겁니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대대적인 사법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 추진하고 예산 문제를 해결해 국민들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12·3 계엄 이후 조기 대선을 앞둔 현재까지 사회적 혼란은 가중되고 갈등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입맛대로 대법원을 구성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는 입법 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여전히 심각한 재판지연을 해소하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격언을 되새겨 모든 국민이 차별 없고 공정하게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제도 개선 방안이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돼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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