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회사자료 반출 '업무상배임'…인정 범위 어디까지?
2025-05-22 12:13:07 2025-05-22 16:04:32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퇴사하면서 회사의 자료를 경쟁 업체 등에 넘기거나 본인의 회사 설립에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반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업무상배임죄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대법원에서 회사의 자료를 반출했더라도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피고인은 피해 회사에서 퇴사하면서 △제품 원재료의 시험 성적서 △동물 이식 실험 결과 보고서 △제품의 견적서 등을 반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2심은 피해 회사에서 제작하는 제품의 주된 원재료를 알 수 있는 위 자료들이 피해 회사의 주요한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 회사에서 퇴사하면서 이러한 자료들을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반출한 이상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1심에서 선고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그대로 유지한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회사 직원이 경쟁 업체 또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의사로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에 해당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돼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보유자가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 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는 해당해야 한다는 기존의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따라 각 자료가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지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반출한 자료 중 △시험 성적서는 피해 회사가 제작하는 제품과 관련성이 없고, 원재료 제조업체가 작성해 구매자인 피해 회사에 제공한 것으로 제조업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점 △동물 이식 실험 결과 보고서는 학위논문에도 나타난 내용인 점 △견적서는 피해 회사의 주문에 따라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정보를 담고 있고 피해 회사가 제작하는 제품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시험 성적서와 실험 결과 보고서는 피해 회사를 통하지 않아도 통상 입수할 수 있는 공개된 정보이고, 견적서는 이미 견적의 유효기간이 지난 정보만을 담고 있어 피해 회사가 위 자료들의 정보를 사용해 경쟁 상의 이익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므로 위 각 자료는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배임행위가 업무상 임무와 연결돼 있는 경우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고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을 합니다. 
 
업무상배임죄의 업무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해 반복 또는 계속적으로 행하는 사무를 말합니다. 사실상 행하는 사무라도 무방하므로 등기부상 대표이사를 사임한 후에도 사실상 그 업무를 수행해 왔고 직원들도 대표이사로 계속 생각해왔다면 그 업무상 지위에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회사에 취직했다가 퇴사하면서 배임행위를 했다면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 겁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이 법에서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비밀로 관리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그 밖에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소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는 행위와 영업비밀을 지정된 장소 밖으로 무단으로 유출하는 행위 및 영업비밀 보유자로부터 영업비밀을 삭제하거나 반환할 것을 요구받고도 이를 계속 보유하는 행위 △절취·기망·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위와 같은 행위들이 개입된 사실을 알면서도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를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비밀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은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라면 반출 시에 업무상배임죄가 성립됩니다. 만약 직원이 적법하게 반출했더라도 퇴사 시에 그 자료를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 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목적으로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으면 이 역시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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