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변호사 4만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변호사에게 법률적 조력을 받기가 쉬워졌습니다. 변호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로 상대적으로 낮아진 변호사 보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건을 기준으로 수십년 전과 비교해도 변호사 보수는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욱 제53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월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3대 변협회장 취임식에서 협회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변호사는 보통 의뢰인의 법률 사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사건을 수행합니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위임 계약이 성립하고 변호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법률 사무의 처리를, 의뢰인은 보수를 지급할 의무가 생기는 겁니다.
변호사 보수는 크게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착수금은 위임계약의 성립과 동시에 지급하고 성공보수는 소송 결과에 따라 조건부로 지급하는 보수입니다. 이 밖에도 시간당 보수를 미리 정하고 실제 일한 시간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는 시간제 보수를 약정하기도 합니다.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의 보수 체계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가 되면서 큰 파장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이 변호사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특정한 수사 방향이나 재판의 결과를 성공으로 정해 그 대가로 보수를 받기로 한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합의가, 형사사법의 공정성·염결성이나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공적 역할과 고도의 직업 윤리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도덕 관념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선량한 풍속 내지 건전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므로 그 약정을 무효라고 본 겁니다. 다소 비판이 있었던 판결이지만 판결에 따라 형사사건에서는 착수금과 시간제 보수 약정만을 주로 하게 됐습니다.
민사사건의 경우 성공보수 약정이 여전히 유효하므로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약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착수금은 변호사가 기본적으로 위임사무를 수행하는 대가로서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정하게 됩니다. 성공보수는 특히 사건의 난이도나 예상되는 노력의 정도, 승소 가능성 등을 고려해 승소로 얻은 경제적 이익가액을 기준으로 그 비율을 정하거나, 승소의 기준을 정하고 승소 시 지급할 보수를 미리 정하기도 합니다.
보수에 관해 다툼이 있어 의뢰인이 보수를 지급하지 않으면 가급적 합의를 통해 지급을 요청하게 됩니다. 하지만 의뢰인이 끝까지 거부를 한다면 변호사는 의뢰인을 상대로 약정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변호사의 소송위임 사무처리 보수에 관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약정이 있으면 위임사무를 완료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약정 보수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의뢰인과의 평소 관계, 사건 수임 경위, 사건 처리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인하여 얻게 된 구체적 이익,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 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수 청구의 제한은 어디까지나 계약 자유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그에 관한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이 설시한 법리와 같이 변호사 보수의 약정은 계약 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보수를 제한하는 판결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특별한 사정의 존재에 대한 증명 책임도 보수액의 과다함을 주장하는 측에 있기 때문에 한번 정한 보수액을 바꾸는 것은 더 어렵게 됩니다. 계약이 성립하면 그 효력을 부정하기가 어려우므로 계약을 할 때 내용을 꼼꼼히 따져봐야 또 다른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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