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제 둔화로 국내 주요 석유화학 업체인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011170)이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을 줄이는 등 적자 탈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공장을 돌리면 재고가 늘어나 오히려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양사는 운영비 절감과 사택 통폐합 등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내부 효율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 지정을 위한 정부 현장 실사단이 여수국가산단 롯데케미칼을 방문해 현장 점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LG화학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1분기 평균 가동률은 80.6%로 전년 동기(80.6%)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등을 생산하는 첨단소재 사업부문의 1분기 가동률은 52.4%로 전년 동기(62.1%)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줄었습니다.
롯데케미칼의 하락세는 더 두드러집니다. 롯데케미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 공업에서 가장 중요한 원재료인 납사 분해(NC)의 경우 지난해 1분기 가동률은 74.3%입니다. 지난해 동기(84.1%)보다 9.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대표 범용 제품인 폴리에필렌(PE)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1분기 94.8%에서 올해 1분기 79.8%로, 또 다른 범용 제품인 페트(PET)도 같은 기간 54.7%에서 40.7%로 각각 15%포인트가량 떨어졌습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사용되는 동박의 경우 지난해 1분기 79.8%에서 올해 1분기 43.9%로 35.9% 급락했습니다.
이들이 공장 가동률을 줄이는 것은, 중국발 저가 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를 통해 영업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재고 자산을 줄여 추가적인 실적 악화를 차단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이들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긴축 경영 기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LG화학은 바닷물 담수화에 필요한 RO멤브레인 필터를 만드는 워터솔루션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여수에 위치한 사택도 통폐합하는 등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부터 ‘비상 경영에 따른 출장 및 근태 운영 가이드라인'을 내부 공지해 직원 참여를 유도하고, 임원들은 10∼30% 급여를 자진 반납했습니다. 또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도 올해 1분기 89억원가량 줄였습니다.
그럼에도 석화업계 불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하반기에도 석유화학 업황이 극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가 하락과 더불어 지난 3월 중국이 내수 진작을 위한 ‘소비 진흥 특별행동 방안’을 발표하며 단기적으로는 실적이 개선될 수 있겠지만,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에틸렌 신규 증설 규모는 지난해 234만톤(t)에서 올해 937만t으로, 폴리에틸렌은 같은 기간 358만t에서 512만t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제품 스프레드 약세와 납사분해설비(NCC) 실적 부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7년까지 전 세계 신규 증설 사이클이 지속함에 따라 공급 과잉 상황도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도 “과거에는 유가가 하락하면 석화업계가 반사이익을 얻곤 했지만 지금은 수요 자체가 떨어져 실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이 내수 시장을 진작시킨다하더라도, 단기적으로 반짝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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