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 수주잔고 200조 눈앞…수주량은 ‘아직’
‘200조’ 2008년·2014년 수주잔고 근접
슈퍼사이클 진입·고부가 선박 수주 전략
미중 갈등 여파로 수주량도 개선될 듯
2025-05-12 15:19:24 2025-05-12 15:55:50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가 수주잔고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호황기)’에 진입하면서 일감이 몰리고 있는 데다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이 주효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다만 수주량 자체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미중 갈등 심화로 글로벌 해운업계가 중국산 선박을 잠재적 리스크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향후 국내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HD현대미포가 건조한 1600TEU급 컨테이너선. (사진=뉴시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조해·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인도 기준 수주잔고는 1372억5800만달러(약 192조2847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HD한조해의 수주잔고 742억2800만달러(약 104조157억원)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삼성중공업(316억달러·약 44조2811억원)과 한화오션(314억3000만달러·약 44조429억원)이 잇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 조선사의 수주잔고가 정점을 찍었던 시기는, 역대 최고 호황기였던 2008년과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전환이 본격화된 2014년 두 차례였습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대형 조선사는 2008년 약 1436억달러, 2014년 약 1449억달러 수주잔고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200조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이 수주잔고에 근접한 셈입니다. 수주잔고란 기업이 고객으로부터 수주하여 아직 인도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계약은 체결되었지만 아직 생산이나 제공이 완료되지 않은 일감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입니다. 수주잔고가 많다는 것은 앞으로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잔고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전략과 함께 슈퍼사이클 진입에 따른 일감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달 초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은 LNG운반선 등을 중심으로 연간 수주 목표 180억5000만달러의 35.9%에 해당하는 64억9000만달러를 이미 달성했습니다. 삼성중공업 역시 친환경 선박을 앞세워 연간 목표 98억달러 중 27%인 26억달러를 수주했습니다. 한화오션도 예상 연간 목표 87억달러의 약 30% 수준인 25억6000만달러를 확보했습니다. 추가 수주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다만 수주량에서는 아직 수혜를 입지 못한 모습입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364만CGT(표준선 환산톤수·75척)로, 이 중 한국은 62만CGT(15척)를 수주했습니다. 중국(251만CGT·51척)에 이어 수주량 2위이지만 수주 점유율로 보면, 한국과 중국이 각각 17%, 69%로 50%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지난 3월 55%의 수주 점유율을 기록하며 ‘깜짝’ 1위를 차지했지만, 한달 만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다만 미국이 오는 10월부터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향후 수주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실제로 글로벌 선사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강세를 보여온 컨테이너선 등의 발주처를 한국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그리스 선사 캐피탈마리타임은 컨테이너선 22척을 국내 조선사에 발주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미중 갈등이 향후 국내 조선사들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장현 인하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 여파로 글로벌 선사들이 기존에 중국에 맡기던 물량을 한국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의 주력 선종 분야에서 점유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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