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석유 증산 강행…정유·석화업계 ‘반짝 호재’
사우디, 산유국과 갈등으로 원유 증산
정유·석화, 단기 이익…장기로는 ‘글쎄’
2025-05-07 14:37:58 2025-05-07 14:50:32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원유 수요가 떨어져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주요 산유국들이 증산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간 유가를 방어하기 위해 산유국들에 생산 쿼터를 설정하고, 스스로도 감산에 나서는 등 ‘조정자’ 역할을 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일부 산유국과 갈등을 겪으면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원가 절감 효과로 ‘반짝 호재’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사진=뉴시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6월부터 하루 41만1000배럴의 추가 증산을 결정했습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OPEC+의 리더 격인 사우디가 더 이상 감산을 통해 유가를 떠받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증산 결정은 사우디와 OPEC+ 일부 회원국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OPEC+는 2022년부터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에 나섰으며, 각국에 할당량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카자흐스탄과 이라크 등 일부 국가들이 “자국 이익이 우선”이라며 할당량을 초과 생산하면서 균열이 생겼습니다. 사우디는 이를 견제하고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증산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행보는 국제 유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60.23달러로 하락했고,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57.13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각각 4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정유·석화 업계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두 업계 모두 원유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정유업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 경유 등 제품을 생산하게 됩니다. 이때 제품 가격은 원유 가격만큼 빠르게 하락하지 않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할 경우 정제 마진이 개선됩니다. 석화업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유에서 정제되는 납사(Naphtha) 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원료로 하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제품 생산 원가가 낮아져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증산 기조가 장기화되면 공급 과잉이 심화될 수 있는데, 이는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오히려 마진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또 관세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수요 둔화로 이어질 경우, 업계 전반의 수익성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원가 경쟁력이 소폭 개선되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수요 회복이 안 되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실적이) 안 좋을 수 있다”며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셰일가스 생산 증가로 유가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지만, 미중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감소해 업계가 부진한 바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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