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조급증이 투자를 망친다
2025-07-10 06:00:00 2025-07-10 06:00:00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주식 투자자들의 오랜 염원이 이뤄지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실체가 북한이 아니라 상법이란 사실을 공유하는 데 걸린 시간만 하세월이었다. 
 
오래 걸렸으나 정작 이 법안이 상정되고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걸린 시간만 보면 이례적으로 빠른 법 개정이었다. 정부 출범 후 불과 한 달여밖에 걸리지 않은 초스피드 법안 처리였다. 그런데도 그 한 달 사이 투자 커뮤니티에선 부정적 여론도 존재했다. “법 개정이 물 건너갈 것”이라는 둥 “이재명도 민주당도 똑같다”는 둥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그 한 달을 참지 못하고 법 개정이 무산될 것이란 비관론을 쏟아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물론 여기엔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일부러 더 과장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투자자들 중에도 이 같은 부정적 의견에 동조한 이들이 있었다. 우물 가서 숭늉 찾는 것만큼이나 성급한 조급증이 발동하는 이유는 기대감이 너무 앞서서 생기는 현상이다. 
 
주가는 기대감을 먹고 오른다. 기업 실적이 좋다는 발표가 나면 주가는 오르는 것만큼이나 떨어질 때도 많다. 이유는 단순하다. 주가는 실적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재료로 이미 올랐기 때문이다. 호재가 확인되는 순간 그 호재는 소멸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악재가 발표되는 날 오히려 악재가 소멸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오르는 일이 빈번하다. 물론 그 전에 주가가 하락했을 테니, 하락을 멈추고 그때부터 반등을 모색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만큼 주식시장에선 기대가 주가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증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부터 오른 게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 그 전에 탄핵안이 국회에 상정될 즈음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그때 시장은 이미 국회의 탄핵안 의결을 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 이재명 대선 후보 확정, 대통령 당선까지 감안해서 미리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식시장에 진심이었고, 그가 상법 개정을 여러 번 강조한 것이 재료를 배양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 실재가 아니다. 다행히 상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현실이 됐다. 이제 관심은 집중투표제, 자사주 소각 등 또 다른 쟁점으로 옮겨 갈 것이다. 법과 규정은 주가를 평가하는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높이는 요인일 뿐 해당 기업의 실적을 늘려주는 지렛대가 아니다. 주가를 움직이는 근본 변수는 결국 기업의 실적이다. 이게 나아지지 않으면 멀티플을 높여 주가를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너무 앞서가지 말자. 대통령 바뀌었다고 곧바로 코스피 5000 세상이 열리는 것이 아니다. 기대가 앞서면 그에 따른 반작용, 실망과 후유증도 큰 법이다. 시장은 올라도 그 과정에서 손해를 입고 탈락하는 개인은 속출할 수 있다. 
 
초조해할 것 없다. 코스피 5000을 내건 정부는 이제 막 첫발을 뗐고, 천천히 목표를 향해 걸어갈 것이다. 이미 한국 증시는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 잠시 밀려날 수는 있으나 기업들이 체력을 찾는다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