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미중 무역갈등으로 글로벌 통상환경이 급변하자 국내기업들이 대표적 ‘글로벌 사우스’ 지역인 인도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파키스탄과의 무력 충돌로 시장 불안성이 고조되면서 인도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부족한 인프라 등 기존 ‘걸림돌’이 새삼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약에도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의 높은 시장 잠재력을 포기할 수 없는 재계는, 인도를 수출 거점으로 삼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LG전자가 인도 스리시티에 건설 중인 가전공장 조감도 (사진=LG전자)
12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인도 현지에는 삼성·LG·현대차 등 제조업 중심 재계 주요 기업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인도 내수 시장 공략과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 최근 투자를 늘리는 등 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인도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노이다와 스리페룸부두르에 공장을 설립하고 생활 가전제품과 모바일 기기를 생산 중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스리페룸부두르 공장에 약 1700억원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LG전자도 노이다와 푸네 공장에 이어 지난 8일 스리시티에 3번째 공장을 착공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총 투자 금액은 약 6억달러(8400억원) 규모로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력 강화 목적입니다.
현대차는 인도 첸나이에 1·2 공장에 더해 지난해 GM으로부터 인수한 탈레가온 공장을 푸네 지역에서 재건 중입니다. 기아는 아난타푸르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법인을 사상 최대 규모로 상장시킨 바 있습니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최근 슈리페룸부두르에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 조립 공장을 준공했는데, 현대차그룹의 인도 내 전기차 현지화 전략과 지속가능한 생산 체계 강화를 위함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인도 뭄바이 인도증권거래소(NSE)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법인 증권 상장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타종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이처럼 재계 주요 기업들이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인도가 인구 1위 대국으로 ‘세계의 공장’과 주요 소비 시장으로 부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반사이익 수혜를 거둘 것으로 평가되며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는 성장 잠재력도 높고 지정학적 위치도 수출에 유리합니다.
재계 단체들도 최근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100대 정책 과제에 ‘글로벌 사우스 진출전략 구체화’를 꼽으며 인도를 포함한 경제영토 확장에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다만, 인도 특유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와 과도한 규제, 그리고 부족한 인프라 등은 여전히 걸림돌로 평가 받습니다. 코트라는 ‘2025 인도 진출전략’ 보고서를 통해 외국 기업에 엄격한 세무조사와 규제 정책, 그리고 전력과 배수시설 부족 등 미흡한 인프라를 지적했습니다. 인접국인 파키스탄과 끊임없는 무력 충돌도 부정적 변수로 꼽힙니다. 시장 불안정성 고조는 결국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 까닭입니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에도 긴 흐름에서 포괄적 경제 협력의 핵심 국가인 인도에 대한 기업 진출 및 투자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열악한 환경 등) 기업들이 어려움이 많겠지만, 인도는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아 중장기적 협력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핵심 국가”라며 “단기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기 보다 관심도를 높여 계속 워칭 해야 할 시장”이라고 짚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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