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현대차·기아가 인도와 러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재진출을 준비중인 러시아는 중국산 자동차에 비해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고, 제3의 시장인 인도에서는 새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기 위한 현대차·기아의 매출처 다변화 시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립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23년 7월 인도에 출시한 엔트리 SUV '엑스터'(사진=현대자동차)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최근 러시아 연방 지적재산서비스에 다수의 신규 상표를 등록했습니다. 통상 상표 등록은 신제품 출시 등을 앞둔 상태서 이뤄집니다. 현대차·기아의 러 시장 복귀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대차·기아가 러에 복귀하면 강력한 경쟁 상대는 중국이 될 전망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 공장을 매각하며 사업을 철수한 사이 중국이 그 자리를 빠르게 메워왔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러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담해진 데다, 러 정부가 자국에 수입되는 중국산 차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는 점은 현대차·기아의 재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연구원의 ‘러·우 전쟁 발생 후 러시아 시장 변화와 전망’ 보고서가 인용한 러 자동차 산업 분석 기관 아브토스타트(Autostat)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9월 러 소비자의 27.6%가 “어떤 경우에도 중국차를 사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주된 이유에는 ‘품질 부족(15.3%)’, ‘예비 부품 조달 문제(9.6%)’ 등을 꼽았습니다.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허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올해 1월부터 자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부과하던 ‘재활용 수수료’를 66만7000루블(약 1130만원)로 인상했습니다. 이는 신차 평균가 312만블루(약 5350만원·2024년 기준)의 21.4%에 해당합니다. 지난해 러시아의 신차 수입국 비중에서 중국은 80%를 차지했습니다. 이같은 수수료는 중국에게 직격탄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재활용 수수료는 자동차 수입 시 부과되는 폐기 비용으로 관세와 비슷하게 적용되는 탓에 현지 생산의 경우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눈길은 제1의 인구대국 인도로도 향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오는 4분기부터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탈레가온 공장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2023년 제너럴모터스(GM) 인도법인으로부터 이곳을 사들였습니다. 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기아의 인도 내 연간 생산 대수는 150만대에 이르게 됩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2030년까지 3000억달러(약 42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상표 등록을 하거나) 생산 능력 등을 끌어 올리는 것은 미 관세 대비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세계 1위 인구 대국인 인도는 현대차가 별도로 기업공개(IPO)를 했을 만큼 중요한 시장이어서 앞으로도 시장 수요에 발맞춰 적극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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