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다음달부터 현대차와 기아, 비야디(BYD)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 제한이 해제됩니다. 정부가 지난 2023년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사업을 승인하면서 생긴 점유율 제한선(현대차 4.1%, 기아 2.9%)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점유율 제한선 해제가 기존 영세 중고차 업체들의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아 인증중고차 용인센터에 모하비, 쏘렌토, 스포티지 인증중고차가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기아)
중고차 판매업은 지난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들의 시장 진출은 가로막혀 있었습니다. 소상공인을 보호하려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고차 사기 피해 사례가 계속 발생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전체 소비자 보호와 시장 정화를 위해 2022년 대기업의 진출을 다시 허용했습니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023년부터 인증 중고차 시범 사업을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다시 대기업 진출에 따른 영세 중고차 사업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현대차(4.1%)와 기아(2.9%)에 시장 점유율을 유지 기한을 정해뒀습니다.
시장 점유율 유지 기한이 만료되는 다음달부터 대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품질 낮은 ‘레몬마켓’으로 불리던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고품질 상품이 거래되는 ‘피치마켓’으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현대차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 등을 추가했고, 기아도 지난 2023년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위해 ‘금융상품판매대리 중개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바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도 최근 자동차 수입·판매 법인 BYD코리아오토를 추가 설립했습니다. BYD코리아오토는 중고차 판매 및 유통을 담당할 계획입니다.
대기업들은 중고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중고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중고차는 253만9874대로, 같은 기간 판매된 신차(164만5998대) 대비 거래량이 1.54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 규탄,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및 자동차매매인에 대한 국가자격증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기존 영세한 중고차 업체들의 폐업입니다. 완성차 업계는 2026년 기준 합계 시장 점유율이 많아야 12%대에 그칠 거란 전망을 내놨지만, 기존 업계에서는 대기업 독식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 중고차 딜러는 “대기업들이 대량으로 중고차를 가져갈 경우 영세한 딜러들은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도 “결국 이미 위기는 왔고, 제한까지 풀리게 되면서, 결국 도산하거나 폐업 처리되는 중고차 업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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