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오리온 '맑음', 오뚜기·농심 '흐림'…해외가 갈랐다
고환율·원가 상승 속, 해외 진출 기업은 호조, 내수 의존 기업은 수익성 악화
2025-05-20 16:43:22 2025-05-20 21:29:59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올해 1분기 국내 식품업계 실적 발표에서는 뚜렷한 양극화 양상이 두드러졌습니다. 내수 부진과 원가 상승이라는 공통된 악재 속에서도,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온 기업들은 실적 개선에 성공한 반면 내수 중심 기업들은 이익률 급감이라는 쓴맛을 봤는데요.
 
이번 분기 실적에서 가장 돋보인 기업은 단연 삼양식품이었습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 1분기 매출 5290억원, 영업이익 13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67% 증가했습니다.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해외에서 꾸준히 상승하면서 전체 매출의 약 70%를 해외에서 거뒀고, 고환율 효과도 이익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식품사 실적 현황표. (제작=뉴스토마토)
 
오리온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죠. 1분기 매출은 8018억원, 영업이익은 1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5% 증가했습니다.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에서 현지 생산 기반을 통한 글로벌 내수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으며, 비용 관리와 제품 현지화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오뚜기는 매출 9208억원(4.2% 증가)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575억원으로 21.5% 감소, 순이익은 332억원으로 31.5% 급감했습니다. 원재료비 상승과 물류·인건비 부담, 판촉 경쟁 심화 등으로 이익 방어가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CJ제일제당도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3332억원(-11.4%)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5.2%에서 4.6%로 하락했습니다. 식품 부문 원가 상승에 더해 자회사 CJ대한통운의 비용 부담도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풀무원의 경우도 영업이익 113억원(-28.1%)으로 나타났는데 고정비 증가와 원가 인상분 전가의 한계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모습입니다.
 
롯데 계열사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죠. 롯데칠성음료는 매출 9103억원(-2.8%), 영업이익 250억원(-31.9%)으로 외형과 이익 모두 감소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매출 9751억원(2.5%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전년보다 56.1% 급감했는데요. 이는 주요 원료인 코코아 가격 급등이 원가율을 끌어올린 결과로 해석됩니다.
 
실적 갈림길…수출 전략이 기업 체질 결정
 
이번 분기 실적은 단순한 경기 영향이라기보다는 기업별 사업 구조의 차이가 수익성과 안정성을 좌우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삼양식품과 오리온은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수출 확대와 현지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는데요.
 
특히 오리온은 해외 생산·판매·마케팅을 통합한 현지 내수화 모델을 정착시키며 환율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습니다. 반면 오뚜기, CJ제일제당, 풀무원 등은 여전히 내수 비중이 높고, 수익 다변화가 부족한 구조로 인해 외부 변수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공통된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는 원재료 가격 급등, 환율 상승, 내수 소비 위축이 지목됩니다. 커피 원두, 코코아, 밀가루, 육류 등 수입 품목의 국제 가격이 상승한 데다, 원·달러 환율은 전년보다 8~10%가량 높아져 수입 단가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운송비, 인건비, 창고 보관료 등 판관비 부담도 확대되며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죠.
 
소비심리도 회복 지연…2분기 더 어두울 수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식품업계의 2분기 사업경기전망지수(BSI)는 96.1로 1분기(98.5)보다 하락했습니다. 100 이하라는 것은 업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입니다. 국내 소비는 여전히 위축돼 있으며, 고물가 기조 속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는 높아진 상태입니다.
 
이번 실적을 통해 다시금 확인된 것은, 내수 시장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인데요.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외부 리스크에 강한 체질을 갖추고 있으며, 실적 방어에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출 확대, 현지 생산·판매 시스템 구축, 글로벌 소비 트렌드 대응력 강화가 앞으로의 실적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의 침체와 고환율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이 많다"면서 "글로벌 시장 확대와 현지화 전략 강화가 향후 실적 개선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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